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하셨는데, 기어이 연금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뜻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쓴다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의 노후 자금을 가지고 기업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국민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국민(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개념이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전제 조건으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언급했는데, 일부 오해가 있는 듯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 활동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불법 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참고하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논의,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국민연금이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고,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 대한 자의적 주주권 행사'를 경계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여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언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기금에 손해가 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2016년 촛불집회의 기폭제가 됐었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에서도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며 "기업 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벌 대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대기업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에 와서야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최근 재벌 총수들의 집단적인 반발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로 초청받은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재계는 정권이 교체된 직후에는 국정농단 관련 재판과 적폐 청산 분위기 등으로 몸을 사리는 행동을 보였지만, 최근 문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자 '경제 민주화'에 반대하는 민원을 공개적으로 넣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경총 등이 제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기업 위축' 우려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언급한 지난 24일, 정작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불법 비리와 갑질 문제로 인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했고,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는 역시 9명의 과반인 5명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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