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블랙홀'이 다른 현안에 대한 집권 여당의 무기력증을 유발하고 있다. 세종시 이외의 문제에는 무관심, 무기력,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인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169명 가운데 40여명이 참석하는 저조한 관심을 드러냈다.
교과부가 1학기 시행을 전제로 당초 제시한 시한은 15일까지. 15일 본회의 소집을 위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사흘 전인 이날까지 소집 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이날이 마지노선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15일까지 본회의 처리를 해야 한다"는 교과위 간사 임해규 의원의 보고를 뒤늦게 받고 "그렇다면 해외에 나가 의원외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의원들에게 귀국 명령이라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논의를 지켜본 후 교육과학기술부에 "15일 이후에 처리해도 지장이 없느냐, 최종 마지노선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15일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교과부 관계자는 18일을 최종 처리 시한으로 다시 제시했고 안 원내대표는 "교과위원들의 논의를 일단 하루 이틀 더 지켜보자"고 결론을 냈다.
의원들은 '겨울방학'…지도부는 '엇박자'
이같은 무관심은 안 원내대표만의 잘못은 아니다. 정몽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ICL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하면서 임해규 간사에게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원내대표단과 충분히 상의하지 못해 안상수 원내대표에게는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ICL법안 처리를 위해 지난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하면서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안 원내대표와 제대로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이같은 원내 투톱 간 엇박자, 그리고 지난 연말 '밀어붙이기'에 몰두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겨울방학'으로, 이명박 정부가 3대 친서민 정책이라고 떠들었던 ICL 시행이 늦춰질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애초에 18일을 제시했으면 될 일을 15일로 못박았던 정부의 조급증도 문제지만, 한나라당이 "ICL 시행 지연이 민주당과 이종걸 위원장 탓"이라고 주장한 것도 무색해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몽준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당 지도부 내부 결속력도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경질하고 싶어하지만 장 사무총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도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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