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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최대 쟁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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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대교체' 최대 쟁점 된다

경제호전되면 내년 대선에 어떤 변화?

“내년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최근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며칠 전 식사를 같이 한 모그룹 고위임원의 질문이었다.
“제 생각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같은 전망들을 합디다. 이번에 발표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3.9%라는 것도 한은이 여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린 결과 가장 낮게 나온 수치를 발표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4%이상 높게 나왔고... 일선 관계자들 감(感)으로는 처음에 마이너스 1.0%를 예측했다가 결과적으로는 9.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99년도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고위임원은 아주 반색을 했다.
“정말입니까? 여러 기관 가운데 가장 신중하게 전망을 하는 한은이 그렇게 본다면, 내년 경제 흐름이 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고위임원은 화제를 경제에서 정치로 바꾸었다.
“경제가 그렇게 좋아진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잖겠네요. 많은이들이 내년도 대선의 최대이슈가 경제가 될 것이라고들 예상했었는데... 경제가 좋아지면 한나라당의 이회창총재에게는 다소 불리해지지 않을까요? 김대중 대통령의 인기가 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상반기 주가가 급락하고 경제가 나빠지면서부터였으니까요. 경기가 살아나면 여당후보에겐 유리하고 야당후보에겐 불리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면도 없진 않겠지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회창총재 지지도가 워낙 앞서가고 있으니, 뭐라고 말하기는 이르지요. 하지만 경제가 호전되면 대선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위임원은 갑작스레 여당의 유력 대통령후보 가운데 하나인 민주당의 이인제 상임고문쪽으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었다.
“현재로서는 이회창총재와 가장 지지율 격차가 적은 후보는 그래도 민주당의 이인제 고문인데, 경기가 좋아지면 이고문쪽이 지금보다 유리해지지 않을까요? 대통령선거 이슈가 바뀔 테니까요.”
“아직 민주당쪽은 내부정리가 안 끝났으니까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이인제 고문이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경기가 좋아지면 선거이슈가 과연 무엇으로 바뀔까요.”

고위임원은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세대교체가 되지 않을까요. 이회창총재가 집권하게 되면 나이가 70살이 됩니다. 상당한 고령이죠. 반면에 이인제 고문을 비롯한 노무현, 김근태 등 민주당 후보진영의 평균연령은 50대이지요. 제 판단에는 민주당 진영에서 ‘70대와 50대의 전쟁’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이회창씨 진영도 적잖이 고생을 하게 될 겁니다.
얼마전 한나라당이 교원정년을 한 살 연장하려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백지화한 데에서도 읽을 수 있듯, 지금 ‘노인세대’에 대한 세간의 반감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경제가 잘 풀리면 세대교체가 차기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회창 대세론’은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도 있지요.”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가까운 시일내 여유있게 밤에 만나 한잔 하면서 보다 많은 얘기를 나누자는 약속과 함께.
이처럼 지금 재계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는 내년도 대선의 향방이다. 경제 살리는 일에나 매진하지 재벌기업이 웬 놈의 정치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으나,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직 절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권의 향방에 대한 재계의 높은 관심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재계가 ‘이회창 대세론’에 대적할 ‘세대교체론’의 부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관점의 전환은 최근 재계뿐 아니라 ‘신주류(New Main Stream)’라 불리는 30~40대 신흥 중.상류층, 식자층 등에서 폭넓게 목격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후 민주당에서 불기 시작한 당내 민주화를 둘러싼 ‘느리기는 하나 의미 있는 진전’에 대한 세간 여론의 호의적 변화도 ‘세대교체론’의 부상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민주당 한 대통령후보 출마자의 정책책임자도 마찬가지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인기가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김대통령은 이제 당 일선에서 빠졌다. 야당의 공격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 우리 당은 이인제,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등 젊은 50대 후보들이 차기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회창 후보진영이 유리한 게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 당의 젊은 후보들이 후보 경선과정의 진통을 겪고 단일후보를 결정,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이들이 내년 3월에 단일후보를 선출한 뒤 그 결과에 승복하며 6월 지방자치제선거때 서울시, 경기도 등 주요 승부처에 이들 탈락후보들이 단체장 후보로 출마해 ‘젊은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내년말 대선에서 세대교체론을 무기로 이회창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면, 승산은 분명히 있다.”

과연 이같은 전망이 얼마나 적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 정치의 경우 보수기득권층의 벽이 워낙 두터운 데다가 지역감정이라는 최대의 정치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1년이나 남은 대선까지의 과정에 어떤 메가톤급 정치변수가 돌출할지 누구나 예측하기 힘든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정치사를 돌이켜볼 때, 과연 민주당의 내로라 하는 대통령후보들이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단일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년도 경기가 크게 호전돼 유권자들의 경제 위기감이 희석된다면 상황은 세대교체론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 정치상황도 세대교체론 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중국은 내년 11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안타오(胡錦濤.58) 국가부주석을 국가주석으로 선출해 대대적 세대교체를 단행키로 확정한 상태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현재의 70대 지도부를 50대 후반의 지도부로 전면교체, 중국경제의 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바다건너 일본도 고이즈미 수상을 전면에 세워 일본개조를 추진중이다.

만약 젊은 대통령후보가 나타나 우리나라 대선직전인 내년 11월에 단행될 중국의 지도부 교체를 선거이슈로 앞세워 “중국의 가공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우리도 젊은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세대교체가 과연 현실의 쟁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내년도 권력향배의 최대 잠재변수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내년도 대선읽기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관전(觀戰) 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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