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결과,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높은 최고 5%이상의 고성장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은 일각에서는 이같은 최근의 경기회복 추세가 당초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가 실제로는 9.8%의 초고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99년도와 흡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방자치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양대 선거일정이 잡혀 있어 사실상 금리가 동결되고 상반기중에 예산이 집중투여되며 여기에다가 거액의 선거자금까지 풀릴 전망이어서, 미국경제라는 대외변수만 호전될 경우 기대이상의 고성장까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행복한 고민(?)**
한국은행은 지난 8일 ‘2002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9%에 달할 것으로 공식 전망했다. 상반기 3.5%에서 하반기 4.3%로 높아져 연간 3.9% 성장을 하리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평소 여러 경제 예측기관 가운데 가장 보수적으로 전망을 잡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경제기관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LG연구소의 3.6%를 비롯해 대부분이 3% 중반 전후의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고 5%까지 전망하고 있으나 최저는 3%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동시에 내놓고 있어 사실상 내년도 전망을 유보한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13일 “사실은 3.9%라는 수치도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전망치”라고 말해 놀라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은은 평소 국민계정을 만지고 있어 그 어떤 경제기관보다도 정확한 경제전망을 하고 있는 편”이라며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 얻은 수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인 3.9%를 이번에 내년도 경제전망치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하면 시뮬레이션 결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를 제외하고 중간치를 발표해야 하나 워낙 중간수치가 높게 나와 고심 끝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3.9%라는 수치와 4%대라는 수치 사이에는 시장에 주는 심리적 임팩트(충격)의 차이가 크게 않냐”고 반문해 실제 전망치는 4%대임을 시사했다.
***"최근 흐름이 99년도와 비슷해 보인다"**
한은은 평소 30여개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와 높은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 결과들을 분석해 향후 경제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이하게 가장 낮은 수치인 3.9%를 발표했다는 것이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이 이례적 선택을 한 이유는 한은이 4%대의 전망치를 내놓을 경우 “한은이 내년도 선거를 의식해 고의로 높은 전망치를 내놓는 게 아니냐”는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한은이 4%대 전망치를 내놓으면 다른 민간기관들이 앞다퉈 이보다 높은 5%, 6%대 전망치를 내놓아 아직 미진한 편인 기업의 구조조정 분위기를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일선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흐름이 지난 99년도와 비슷해 보인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98년말 ‘99년 경제전망’을 통해 99년도 성장률을 마이너스 1%로 전망했었으나, 전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와 IT(정보통신) 붐이 일어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결과 실제 성장률은 9.8%나 됐었다.
당시도 한은 조사국의 일선 관계자들은 98년말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수직상승하기 시작하자, 99년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커녕 큰 폭의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었다. 실제로 그후 주가급등은 소비를 폭발시켜 9.8%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정부의 과도한 경기부양책, 거품 초래 우려**
한은 관계자는 “다른 신흥시장과 다른 한국시장의 차별성이 인식되면서 요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밀려들어오고 있는 데다가, 내년에는 지방자치제선거와 대통령선거, 월드컵 등 각종 경제외적 특수요인이 존재하고 있어 금리는 현 수준에서 동결되고 유동성은 풍부해져 기대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은 한은뿐 아니라, 재정경제부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 10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상반기에 최대한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통화신용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연간 4%이상의 성장을 이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내심 4%이상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진부총리 말처럼 정부가 내년도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투여하고 금리를 동결할 경우 내년도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며, 여기에다가 하반기에 대선 레이스가 본격시작되면서 거액의 정치자금까지 풀릴 경우 내년도 성장률은 5%이상을 크게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이같은 고도성장이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정부의 과도한 경기부양책이 99년도와 같은 거품경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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