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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매각 '3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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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매각 '3대 의혹'

자금여력 없는 동부, 인수 의사 표명

그다지 자금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동부그룹이 서울은행 인수에 주체세력으로 나서자, 그 배경을 놓고 금융계에 각종 음모론적 관측을 낳고 있다.
뒤에 '큰 손‘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부터 정부의 편법적 시간벌기라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정부의 서울은행 처리가 투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까지 4년이상 서울은행 문제를 질질 끌어온 정부의 대오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 서울은행장이던 신복영 콤텍시스템 회장은 지난 4일 연내에 서울은행 인수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몇몇 기업들과 합의하고 컨소시엄의 대표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에는 1~2개의 외국계 금융기관을 비롯해 10여개의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회장의 이같은 발표후 금융계 관심은 과연 서울은행 인수에 나설 기업들이 누군가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 5일 동부그룹이 가장 먼저 그 실체를 드러냈다.

***정부 돈 빌린 지 십여일만에 은행인수 나선 동부그룹**

동부그룹의 서울은행 인수 참여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동부그룹이 비록 동부증권, 동부생명, 동부화재, 동부신용금고 등 금융계열사를 적잖이 보유하고 있으나 은행 인수에 나설 정도로 자금력이 넉넉하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동부그룹은 특히 지난해부터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하면서 자금사정에 여유가 없었고, 그 결과 동부그룹 자회사인 동부전자는 지난달 중순 산업은행으로부터 3천억원을 비롯해 10여개 금융기관으로부터 5천8백억원의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을 받아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이 이렇게 은행들로부터 어렵게 돈을 빌린 지 채 한달도 안 돼 거꾸로 은행인수에 나서니, 금융계가 의아해 하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동부그룹측은 동부전자의 신디케이트론 성공으로 그룹의 전체 자금사정이 호전돼 은행 인수에 나섰다는 입장이나, 이 또한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동부그룹이 은행 인수와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불과 십여일만에 결정했을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동부그룹이 오래 전부터 서울은행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다른 은행 돈을 빌어 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다는 ‘음모론적 해석’도 가능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계 금융기관으로의 서울은행 매각이라는 정부의 당초 시나리오가 인수협상 1순위자였던 도이체방크의 거부로 백지화하면서 서울은행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산업은행 돈을 동부그룹에 빌려주는 편법적 방식으로 눈가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배후에 '큰 손'이 있는 게 아니냐**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동부그룹의 뒤에 누군가 막강한 물주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현행법상 기업의 은행지분 소유한도가 4%까지만 허용되는 만큼 단독으로는 서울은행 지분인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10여개사의 파트너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대다수 기업들은 일체의 신규투자를 삼갈 정도로 ‘현금확보 위주의 초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마당에 서울은행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들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특히 서울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존의 부실을 많이 털어냈다고는 하나, IMF(국제통화기금)사태 발발후 지난 4년간 계속해 은행의 외형이 줄어들어왔다. 통합 국민은행 출범으로 은행권에 ‘규모의 전쟁’이 불붙으면서 신한,하나,한미 등 여타 우량은행들도 “합병외에는 살길이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현시점에 과연 누가 서울은행 인수에 나설 것인가에 대해 금융계는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바꿔 말하면 컨소시엄의 배후에 ‘큰 손’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금융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은행업 진출을 꿈꿔온 대표적 기업들로 삼성, 교보, 동양그룹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에서도 생명보험시장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과 교보가 은행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은행과 보험간 칸막이를 허무는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될 경우 은행을 보유하지 않으면 생명보험 시장을 사수하기 힘들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방카슈랑스가 실시될 경우 기존의 보험료에는 평균 17%가량의 인하요인이 생기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 생명사는 또한 서울은행이라는 자그마한 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보사의 금융자산을 이곳에 맡길 경우 단기간에 은행의 자산을 대형화시킬 수 있다는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는 그룹차원의 자금운용까지도 여기에 합류시킬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자신이 대주주인 한미은행과 대구은행 등을 합병시켜 단기간에 은행의 외형을 키울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밖에 현재 카드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산업인 삼성카드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인 결제의 편리성과 자금조달비용 인하효과까지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정책 투명성만이 의혹해소의 지름길**

이밖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동부그룹의 오너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역시 경기고 출신인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집권후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정치적 음모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나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데에는 정부 책임이 우선한다. 서울은행 처리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IMF사태 발발후 4년간 홍콩상하이은행(HSBC),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와의 매각협상 실패를 비롯해 서울은행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권말기에 들어서면서 정부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책실패는 제일은행 매각 실패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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