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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의 재판거래로 40대 노동자는 정년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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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의 재판거래로 40대 노동자는 정년이 돼 버렸다

[기고] 콜텍 정리해고 13년의 고통

참으로 지난하고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했고, 자식의 효도를 받으셔야 할 부모님의 걱정거리가 되어야 했습니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했습니다. 숨이 팍팍 막히는 무더운 여름 열두 번, 살을 에는 추위에 떨었던 겨울 열한 번, 그리고 또 다시 열두 번째 겨울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2007년 4월 9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출근길이 길거리로 내버려지는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출근길 회사 정문 앞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서야 정리해고가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체 그렇게 길거리에 버려졌습니다. 콜텍의 박영호 사장에게 우리는 아무렇게나 쓰다 버리는 기계부속품보다도 못한 그런 존재였습니다.

창밖을 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샌드위치 판넬로 창문을 막아버린 밀폐된 공장안에서 목재 분진과 페인트 분진, 그리고 온갖 유기용제의 냄새를 맡아가며 노동을 했습니다. 고속으로 돌아가는 원형톱날에 손가락이 잘리고, 온갖 분진으로 인한 기관지염에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기계처럼 일만 했습니다. 그렇게 청춘을 기타 공장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체 정리해고 되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분하고 원통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도저히 사측이 일방적으로 행한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투쟁을 결심했습니다. 바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있기에, 이 회사는 어려운 회사가 아니기에, 법이 우리의 억울함을 헤아려 줄 거라 믿었습니다.

▲ 콜트·콜택 기타노동자들이 만든 기타들. ⓒ노순택

그래서 법에 호소했습니다. 법원은 강자들의 폭력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독립된 국가의 사법기구이기에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서울 고등법원은 “콜텍은 경영상의 이유가 없으므로, 다른 해고의 사유를 들춰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했습니다.

하늘이 날아갈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곧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리의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4년 6월 12일 대법원은 “장래에 도래 할지도 모를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는 희한한 판결로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었던 법에 의해 또 한번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5월 25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조사하던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보고서가 공개되었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재판거래 정황이 나왔습니다. 콜텍의 정리해고 사건 역시 재판거래의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왜 그런 터무니없는 판결을 내렸는지를. 우리는 박영호 사장의 이윤을 위한 도구요, 법관의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되는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재판거래로 우리의 고통의 시간은 연장되었고 그 기간이 12년을 넘어 1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40 초반의 노동자는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고, 40 후반의 노동자는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혀야 합니다. 재판거래에 의해 정당한 정리해고로 둔갑해 버린 콜텍의 정리해고는 무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장으로 일상으로 그리고 가족 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정의는 지켜져야 합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왜 굳이 “그런 회사를 다시 들어가기 위해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느냐?” 그것은 바로 부당한 정리해고를 바로 잡고 정의를 올바로 세우고자 함입니다. 무분별하게 행해지며 노동자와 그 가족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정리해고의 폐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을 업신여기며 기계부속품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박영호 사장의 행태를 이 사회에 고발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을 위하여 힘들고 고통스러운 긴 터널 속에서 우리는 12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가고 싶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12년 동안 갈기갈기 찢긴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싶습니다. 그 동안 못다 한 아빠의 몫을, 자식의 도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끝장투쟁을 결심하고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막가파식으로 거리로 내몰고 가정을 파괴시키고 노동자의 삶을 파탄 내 버린 콜텍 박영호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박영호 사장으로 하여금 노동자도 사람임을 깨닫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고통의 집을 짓고 싶지 않습니다. 박영호 사장의 재물에 대한 욕심과 아집으로 빚어진 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싶습니다.

콜텍의 해고노동자들이 이번 끝장투쟁을 통해 박영호 사장의 사과를 받고,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세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을 그리듯 우리의 삶속에도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그런 날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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