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이유로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해 온 전두환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장에 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씨를 향한 공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겨레>는 "(전 씨가) 지난해 여름쯤 우리 골프장을 방문해 골프를 쳤다"는 강원도 ㄱ골프장 직원의 증언을 보도했다.
전 씨는 지난해 말인 12월 6일에도 이 골프장에서 목격됐다. ㄱ골프장의 다른 직원은 당시 골프장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며 "대기 장소부터 귀에 이어폰을 낀 사람들이 돌아다녔다"고 증언했다. 이어 해당 직원은 "식당에 전두환, 이순자, 여성 한 명, 남성 한 명 이렇게 네 명이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 씨가 건강해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12월 6일) 전 씨를 5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목격했다는 한 증인은 "(전 씨가) 골프를 치면서 뒤에서 라운딩하는 장면을 봤다"며 "지팡이를 짚지 않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걸어 다니며 골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해당 증인은 이어 "별다른 건강 문제는 없어 보였고, 오히려 (또래보다) 젊어 보였다"며 "심각한 알츠하이머라면 대화가 안 될 텐데, (일행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도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날 전 씨와 함께 골프를 친 일행은 해당 골프장 회장 이 모 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골프장 회장은 전 씨와 자주 골프를 친 지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 씨는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골프 동호회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를 같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씨는 2017년 4월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두고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사건 재판을 위해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다. 하지만 전 씨는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도 전 씨는 역시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 씨가 알츠하이머라는 얘기는 전 씨 측근 인사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전 씨 부인 이순자 씨는 지난 1일 한 극우매체와 인터뷰에서 "(전 씨가 알츠하이머 환자라서) 조금 전의 일도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 80년대 일어난 일을 증언하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정당한 행정 집행을 방해한 바도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기동팀은 체납 지방세 징수를 위해 전 씨 집을 찾았으나 "전 씨가 알츠하이머 때문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 말에 가택수색 없이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골프장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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