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기록적인 표차로 부결되면서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합의를 주도해온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운명이 갈림길에 처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압도적 표차(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된 직후인 15일(현지시각) 제1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불신임 투표는 16일 오후 7시 실시될 예정이다. 메이 총리도 부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 불신임에 대한 의회의 뜻을 묻겠다"고 했다.
다만 앞서 "(합의안이) 부결돼도 사퇴는 없다"고 못을 박았던 메이 총리는 표결 이후에도 "정부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의회의 정부 신임을 전제로 한 구상이다.
이로써 메이 총리는 각 당 지도부와 함께 브렉시트 합의안 처리를 위한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선 자신의 거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번 합의안 투표 결과로 드러난 압도적인 표차는 메이 총리의 취약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불신임안을 제출한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합의안 부결은 메이 정부의 완전한 무능의 결과"라고 했다. 영국 언론들도 세 자리 수 이상의 표차가 나오면 메이 총리는 물러날 것이라고 점쳐왔다.
만약 정부 불신임안이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의회를 통과하고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는 물러나고 25회기일이 지난 후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그러나 노동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이 의회를 쉽게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하원(총 650석) 가운데 보수당이 317석을 차지하고 있다. 합의안 표결에선 반대표(118표)를 던진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도 불신임 표결에선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낮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을 싫어하는 많은 보수당 의원들 중에서도 정부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드물다"고 전망했다.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 10석)도 불신임안 표결에선 메이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하더라도 꽉 막힌 브렉시트 정국의 출구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B'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각과 보수당내 불협화음으로 대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설령 메이 총리가 '플랜B'를 들고 나오더라도 하드 브렉시트파와 브렉시트 반대파를 설득할 만한 묘안은 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가 유력한 경로로 점쳐지지만, 이는 영국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브렉시트 자체에 관한 찬반을 다시 국민들에게 묻는 '제2 국민투표'도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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