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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사 파산 위기

테러로 80억불 손실

세계최대 재보험사인 영국의 로이드사가 9.11테러로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1688년 창립이래 3백13년만에 파산직전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로이드사의 변제능력까지도 의문시하고 있어, 세계 보험업계 전체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의 5일자 보도에 따르면, 로이드사는 지난 88년부터 5년간 예기치 못한 천연재해 등으로 1백20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어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이때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던 로이드사는 이번에 다시 9.11테러로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을 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사는 이번 재난에 관계된 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 피해액은 테러로 인한 추정 피해액 4백억달러의 20%에 해당하는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이드사는 다른 보험사들로부터 19억달러 정도는 보상받을 수 있지만, 당장 14억달러가 부족해 이를 메우기 위해 런던 본사를 팔고 다시 임대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로이드사가 가뜩이나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로이드사는 지난 97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적자액만 49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로이드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항공과 해양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테러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보험전문가들은 로이드가 올해 간신히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런 와중에 테러로 80억달러의 추가손실이 발생, 로이드사는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더욱 9.11테러후 세계 항공 및 해운 수요가 격감하고 있어 로이드사의 생명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위기와 관련, 보험사 전문 신용평가사인 A.M 베스트사와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사(S&P)는 로이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다른 신용평가기관들도 1백8개에 이르는 로이드사 지점들 일부에 대해 등급을 내렸다.
로이드사는 비록 신용등급이 A에서 A-(A.M.베스트 평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우량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장차 로이드의 파산을 예고하는 전주곡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제보험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보험당국도 로이드사에 대해 아더 앤더슨사를 회계감사에 투입하는 등 정밀실사에 들어갔다. 두세달 걸릴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실사에 1백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보험업계 관행상 이 비용도 로이드가 물어야 한다.

지난달 색스 라일리 로이드사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단기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 관계자는 "유동성과 변제능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라일리 회장의 발언은 로이드사의 ‘변제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보험을 감독하는 금융서비스기구(FSA)는 로이드사를 비롯해 런던에서 활동중인 2백여개사의 보험사에 대해 9.11테러후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우선주 발행 형식등을 빌어 2백억달러의 자본금을 긴급 증자할 것을 지시했다. 영미 합작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IBCA는 이와 관련, "보험사들의 증자 성공여부가 이들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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