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서울 명동과 강남 일부 지역에서 각종 상품권들이 할인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상품권의 출처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기업.금융기관 등인 것으로 밝혀져 관계당국의 정확한 진상조사와 대처가 요구된다.
오래 전부터 상품권이 거래돼온 명동외에 최근 들어서는 서울 강남의 암시장에서까지 추석 성수기를 맞아 백화점, 제화점, 정유사 등이 발행한 각종 상품권이 정가의 90~93%대에서 할인 판매되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이들 상품권의 일일 판매액이 수십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의문은 과연 누가 이렇게 헐값에 상품권을 암시장에 내놓고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 명동시장의 한 관계자는 28일 “일부 상품권 발행업체가 자금난 해소나 매출액 증대를 위해 무더기로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자금사정이 안 좋은 제화업체의 경우 광고비 등 갚아야 할 대금으로 현금 대신에 절반값으로 상품권을 내놔 기업체 내부 등에서 30~35%수준에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등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들이 먼저 카드로 상품권을 외상구입한 뒤 이를 시장에 15~20% 싸게 내다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적잖게 목격된다”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경기가 크게 나빠지면서 추석을 앞두고도 임금을 못주는 체불업체들이 크게 늘자,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편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는 현재 체불임금액이 1천6백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명 ‘상품권깡’은 자금사정이 어렵지 않은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몇해 전부터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판촉예산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명동에서 현금화해 임원들이 품위유지비 차원에서 사용해 왔다”며 “지난해 금융기관 임원들의 연봉이 대폭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는 아직 이런 관행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관행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아직도 상당수 기업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관계당국은 이같은 불법유통에 대한 정확한 진상파악조차 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품권 할인유통은 유통질서 자체를 파괴할 뿐 아니라, 탈세와 부패 등 각종 사회적 부조리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의 조속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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