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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뱃속의 '사대강'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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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뱃속의 '사대강'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자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뱃속 농사를 잘 짓자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조금 더 미세하게는 감정의 상태에 따라서도 몸속에 있는 미생물총에 변화가 생긴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일방통행이 아니라서, 미생물총이 변하면 우리 역시 영향을 받아요. 특정한 음식을 막 먹고 싶거나 싫어하기도 하고, 기분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행동도 변한답니다.

물론 행동이나 감정에는 내가 처한 직접적인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반응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겠죠. 중요한 것은 수적으로는 우리 몸의 세포보다 많지만 무게는 200그램 남짓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우리와 공존하면서 꽤 은밀하게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때론 인간이 이들의 생존을 위해 조종당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죠. 이 균들을 잘 길들이고, 이들과 성공적으로 공존하는 것은 소화는 물론이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꽤 중요합니다."

잦은 외식과 탄수화물 탐닉, 그리고 야식습관을 고치지 않으면서 늘 소화가 안 된다는 환자를 붙들고 한참을 이야기 합니다. 최근 들어 대변 상태도 더 안 좋아지고 자꾸 짜증이 나서 주변 사람들과 자주 부딪친다고 하기에, '세균에게 지배당하고 계시군요!'하고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했지요.

직장 대인관계가 주는 스트레스가 이 환자의 증상에 가장 큰 요인임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 잘못 길들여진 입맛과 식사습관 또한 바탕색처럼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었지요. 그래서 드러난 긴장반응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되, 장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들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내 세균에 관한 책을 한 권 권했습니다. 그러기를 3개월, 다행이 환자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 속 편하게 웃으면서 이별 할 수 있었습니다.
"포르투갈(Portugal) 국제 생의학 연구센터인 IGC 소속 카리나 액사비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내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사람들이 단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박테리아들은 작은 분자를 이용하여 장내의 특정 박테리아의 개체 수를 조정함으로써 항생제 치료로 손상된 부분을 회복시킨다.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인 <셀(Cell)>의 자매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2015년 4월호 표지로 선정된 본 연구는 박테리아가 서로 의사소통 하는 언어를 이용하면 인간의 장에 살고 있는 엄청난 수의 미생물들을 연구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박테리아를 인간에게 해로운 유기체로 인지하고, 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연구 결과로 박테리아에 대한 좋지 않았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 속, 특히 창자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들 중, 특정 박테리아 종이 인간에게 이로운 특성을 가진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장에 기생하는 보잘 것 없는 미물로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이 섭취한 음식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고, 질병을 일으키는 감염균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항생제 치료 또는 다이어트로 인해 이러한 장내 미생물의 일부를 손실하게 되면, 박테리아 군집체에 불균형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인간은 전염병, 염증성 장 질환, 비만, 암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카리나 액사비어는 말했다. 그러므로 카리나 액사비어와 같은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의사소통 방법을 간절히 이해하고자 하며, 이러한 지식을 인간의 건강에 이롭게 사용하고자 한다."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중에서 -
인간은 외부의 음식을 섭취해야만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일차적으로 태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양에너지를 직접 이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잡아서 물질화할 수 있는 생명체를 먹어서 다시 에너지 수준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갑니다. 동양에서는 기가 모이면 생명이 생기고 흩어지면 생명 또한 사라진다고 하는데, 에너지의 순환이란 측면에서 보면 인간 또한 에너지가 흐르다가 특정 시공간에 일정한 정보의 형태로 응축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위장관을 거치면서 발효되고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분해되어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은 들어오고 우리가 흡수할 수 없거나 필요 없는 나머지는 배설됩니다. 위장관이란 물리적 공간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물시간에 배웠던 다양한 화학적 반응들이 불꽃놀이처럼 벌어지고 있지요. 그리고 그 공간은 앞서 말한 우리 세포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생존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영역은 분명 몸 안에 있지만 밖에서 들어온 물질과 직접 접촉하는 열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나 뇌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과는 서로 소통하고 있지만 그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요. 밖에 있는 것이 효과적으로 걸러지지 못하고 이 공간에 직접 들어오면 폐렴이나 폐혈증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를 두고 한의학은 경락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몸이 표면적으로도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나'라는 몸은 내외적으로 외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소통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공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체는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입니다. 인용한 연구결과처럼 서로 소통하면서 인체를 대지로 삼고 농사를 지으면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면서 이 땅이 자신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때론 그들끼리 전쟁도 일으키고 외부에서 들어온 독한 것들에 몰살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생존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이들의 생존결과는 우리 세포들의 상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농부의 성향과 농법의 차이에 의해 생산된 농산물도 다르고 토지의 성질 또한 바뀌는 것처럼 말이죠. 토지를 비옥하게 하고 유익한 산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농부들이 많을수록 우리도 건강할 확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유능한 농부를 장에 직접 공급)과 프리바이오틱(농부들에게 유용한 자원을 공급하는 것)은 이런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수로 유명한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져 온 균을 연구하기도 하고, 아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통해 농부들을 강제이주시키는 방법도 쓰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적절하게 이용하면 건강관리에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이제 이 미생물들과의 건강한 공존마저 위험하게 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약물, 그리고 노출되는 환경이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균마저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 또한 특정한 제품과 요법을 위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고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의 문을 열어 강물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 몸속 자연을 늘리고 산업화 이후의 인위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방법들을 효과적으로 쓴다면 회복의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우리 몸 또한 외부와 끊임없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생존하는 개방된 시스템입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른 생물과, 외부의 환경과 이어져 있는 생명체로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겠느냐는 문제를 향한 접근방식과 그 해결책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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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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