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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29년 공황때와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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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29년 공황때와 흡사"

'세계화의 종언' 출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들 했다. 자금, 정보의 이동이나 분배시스템, 규모의 경제 등에서 일어난 혁명적 변화들로 인해 서방 자유무역국가들은 많은 이익을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미래에 대한 전망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식 경제모델은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흐름을 강력하게 주도해" 왔지만 지난해 시작된 경기침체로 급속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화는 9.11 테러로 결정적 흠집이 났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제2차 세계공황' 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11 테러 발발전인 지난 6월 미국 프린스턴대학 역사학과의 해롤드 제임스 교수가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의 종언'(하버드대학 출간)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이 책의 부제는 '대공황으로부터의 교훈'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작금의 상황을 29년 발발한 세계 대공황 당시와 비교연구하고 있다.

제임스 교수에 따르면, 세계화라는 현상과 이에 대한 저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6세기에도 과학과 사상, 상업의 급격한 발달이 있었지만 그후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전쟁, 질병, 사상 통제 등의 반작용이 있었다.

19세기 후반은 자본과 정보, 상품과 사람들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적 안정에 따른 낙관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이에 따라 노먼 앤젤이 1911년 출판된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했듯, 그 당시 "선진국간의 전쟁은 앞으로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20년대에도 세계화와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그러나 30년대 대공황이 닥치면서 세계화의 물결은 급속히 추락했다. 대신 이웃나라와 전쟁을 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족주의가 군림했다.

제임스 교수는 1931년 일련의 경제쇼크가 정치경제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듯, 경제적 잠재력과 약점 등에서 외형상 다르게 보이는 나라들일지라도 일단 대공황 상태에 접어들면 비슷한 문제들을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1929년 주가가 급락하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쟁적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돈을 풀었다. 그러나 돈은 생산과 소비로 쓰이지 않고 퇴장했으며, 그 결과는 각국의 재정위기 심화였다. 재정위기를 맞자 대다수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예산을 균형있게 편성하려 했지만 세계경제는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로 인해 자유무역에 대한 의지는 급속히 붕괴하면서 세계경제는 보호주의로 급선회했다. 불공정 경쟁을 막기 위한 노동규약을 부과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이 행해지고 이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가 불황을 맞게 되자 당시 “국경을 넘나드는 모든 것은 자본이건 상품이건 사람이건 쓸데 없는 것이다. 이들의 유동을 막기 힘들다면 국가이익을 위하도록 반드시 통제되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어갔다.

30년대와 같은 상황이 지금 재연될 것인가.
작금의 고도로 집중된 시스템들은 급격한 상황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파국을 맞기 쉬운 속성이 있다. 세계금융시장 역시 투기성 단기자금 거래 급증 등으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임스 교수는 대공황이 재발하리라고 단언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세계화 과정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은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이 도리어 세계경제의 번영과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며 서둘러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임스 교수는 세계경제가 맞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두 곳은 세계화 흐름에서 소외돼 있는 아프리카 등 빈국, 그리고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서방국가라고 지적한다. 9.11 테러의 발발을 예견한 듯한 대목이다.

역사의 경험으로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에 대해 우리들은 혐오하고 있지만 민족주의는 이 시대에도 또다른 추악한 형태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제임스 교수는 현재 세계경제가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의 흐름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끝으로 이 책은 미국이 종전의 미국이익 중심적 세계화 정책을 고집할 경우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하고 이로 인한 경제불황이 더욱 악화돼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제임스 교수의 경고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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