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난해 11월 일본 투어는 전 세계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넘어서는 거대한 상업적·경제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BTS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 한일 양국 관계가 역사 문제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시민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적 순환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쨌든 BTS는 'BTS는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나(How BTS Is Taking Over the World)'라는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인터내셔널 판 표지(10월 11일 자)를 장식했다. 기사에는 지난해 9월 BTS의 유엔 연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윤리적 문제를 강조한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BTS 멤버 김남준은 당시 연설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긍정적인 태도로 포용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BTS의 곡 'Love Yourself'의 노래 및 비디오에 대한 언급은 젊음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수동성 및 소외감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제시했다. 또한 기사에는 BTS가 미국 내 모든 공연장을 매진시킨 최초의 한국 밴드로, 영어로 모든 노래를 다시 부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비틀스(The Beatles)'와 비교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BTS는 점점 더 냉혹하고 무관심해지고 있는 경제 체제에 놓인 젊은이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신파조의 가사와 춤을 결합함으로써 젊은이들로부터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물론 다른 많은 사람도 젊은이들에게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8일 TV아사히는 다음 날 방영 예정인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 생방송에 BTS 출연을 취소한다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했다. 일본 언론은 BTS의 출연 취소에 대한 보도로 가득 채워졌으며, 일본 전역은 며칠간 반한 물결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일본과 한국의 신문은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문화적·외교적 '입씨름'을 묘사한, 표면적 보도로 가득했다. 생방송 하루 전날 방송 출연 취소라는 TV아사히의 행위는 큰 재정적 위험을 감수한 결정임이 명백했다. 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방송 취소에 관련한 전반적인 설명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TV아사히의 결정 및 그것이 갖는 의미를 통해서 이번 사건을 생각해보자.
무엇보다 TV아사히의 방송 출연 취소 결정은 계약법 위반이다. 양측은 방송 출연과 관련해 정식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TV아사히는 BTS가 계약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이를 파기했다. TV아사히가 내세운 유일한 이유는 1년 전 BTS의 한 멤버가 입었던 티셔츠가 그들이 판단하기에 모욕적이었다는 것뿐이었다.
기업에 의한 이 같은 행위는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트럼프 치하의 미국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명백한 법치주의의 위반과 공통점이 많다.
BTS의 행동이 모욕적이었으므로, 처벌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법적 계약의 파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TV아사히의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전쟁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수단으로 발전시킨 경제 제재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Ⅱ.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러시아, 터키, 북한에 대한 캠페인은 그러한 경제 제재를 다국적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판매하는 무기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경제 제재의 사용은 국제법과 계약법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협정을 조롱하는 것이다.
북한과 이란의 사례에서 '경제 제재'는 국제 협약(트럼프 행정부는 핵확산 금지 조약에 대한 깊은 경멸을 드러내고 있다)을 통한 핵무기 확산 방지나 인권 침해(트럼프 행정부가 국내외에서 권장하는)의 종식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경제 제재는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은 압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상 국가가 경제 제재로 인한 고통을 피하고자 협상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경제 제재는 특정 기업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NGO, 전문가 및 중소기업의 참여가 완전히 봉쇄된 제제 대상국과의 경제 관련 비밀 협상에 참여할 권리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모의해서 국제법과 외교를 포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경제 제재는 일본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WTO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바로 얻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BTS의 방송 출연 취소는 미국에 의해 위험 세력으로 간주되지 않은 한국과 같은 경제적 경쟁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소규모 경제 제재를 위한 시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베 행정부는 강력한 힘을 가진 정치인이 어떠한 항소 수단도 없이 경제적 또는 무역 관계를 명령하는 환경의 조성 가능 여부를 알기 위해 정당한 법적 절차의 중단을 시도했다. 어쩌면 이번 조치는 관료와 다른 일반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규정으로 인해 좌절을 겪은 최상위 계층에게 더욱 적합한 새로운 경제 접근 방식을 위한 시안이었을 수도 있다.
Ⅲ.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한국, 특히 BTS를 상대로 이런 전략을 추진하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신일본제철(신일철주금)과 스미토모 금속에게 세계 2차대전 동안 위험한 환경에서 양사의 공장에서 강제로 일했던 4명의 한국인에게 1억 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7건의 다른 유사한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므로, 배상 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단 수문이 열리면, 수천 명의 한국인이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일본 기업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대법원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전시 징용자의 피해 보상 청구권을 인정한 이후 처음으로 확정된 구체적인 피해보상 판례이다.
보상금을 수령하는 것은 막상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정부가 저질렀던 범죄는 광범위하게 문서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1945년 이전 한국인이 겪었던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와 함께 지난 60년 동안 보상 문제의 논의 및 처리를 제한해왔던 양국 간 합의가 붕괴되었다는 역사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한 기본 조약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모든 피해 보상이 전부 완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와 박정희 한국 대통령이 서명한 이 기본 조약은 무상 경제원조 3억 달러와 저리 차관 5억 달러 및 일부 기술 이전으로 한국인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 및 개인의 모든 보상 책임이 영구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아베 총리 주변의 보수주의자들, 특히 대규모로 대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들은 보상 관련 논의를 한국인들로 인해 일본인들 사이에서 애매한 분노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왔던 기존 관행이 향후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전혀 반(反) 일본적이지 않다. 이번 판결은 충분한 재정 능력이 있으며,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 책임을 진다는, 국제 표준을 준수해야 하는 두 기업의 구체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은 더 이상 한국의 자존심에 대한 것이 아니며, 기업의 책임에 관련한 것이다.
Ⅳ.
일본의 부유한 대주주에게는 이번 판결이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겠지만, 평범한 일본인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이번 판결을 모든 일본인에게 대한 모욕으로 여기길 바라는 강력한 세력이 존재한다.
아베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강경 보수주의자 아소 타로는 보상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해왔다. 아소 장관은 만주에서 광산 경영을 통해 부를 축적한 집안 출신인데, 징용된 다수의 한국인과 기타 외국인이 근무했던 광산에서는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아소 타로의 아버지 아소 타카키치는 징용공과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해 수익을 창출했던 업체, '아소 시멘트'의 소유주였다.
아소 장관과 그의 친구들은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을 근거로 모든 보상 요구를 묵살해왔다. 일본 정부 및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한일 기본조약에 따라 모든 보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계속 주장하면서 한국인의 보상 요구에 대응해왔다.
또한 이 조약은 1910년 8월 22일 한일합병 이전에 이루어진 손해에 대해서도 보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선 말기에 일본 기업이 조선 정부 관리를 매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선 법을 위반하면서 불법으로 조선의 토지 및 자원을 취득하고 은행과 철도를 건설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물론 모든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100년 전 잘못에 대한 보상 소송을 제기해 성공한 판례는 많다. 바뀐 것은 지난 60년 동안 이 주제가 법적으로 청구가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해왔던 양국 간 합의가 파기되었다는 점이다.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세계 2차대전 동안 입었던 피해에 대한 보상 청구원이 모두 소멸되었다는 비합리적인 가정은 현재까지 분류된 종전 후 미국-일본-한국 간에 체결된 일련의 조약에서 유래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더 많은 것이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인에게 유리하고 일본인에게는 불리한 것이라고 소개하지만, 그런 해석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조선 왕조가 통치했던 지역에 살았던 사람은 일본 정부에 의해 일본 제국의 시민으로 규정되었다. 해당 기간 그들은 법적으로 한국인이 아니었다. 비록 그들의 법적 지위가 공직 수행과 자산 및 사업체를 소유하는 측면(일부 중요한 예외가 있음)에서 일본 내지인과 완전히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1945년 일본 정부가 어떠한 법적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들이 한국인이라고 선언하기 전까지 그들은 일본인으로 간주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국적을 박탈하고, 이들에게 연금과 모든 의료 및 법적 지원 제공을 거부한 것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 기업을 대신해서 이루어진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 요구가 증가할 경우, 일본 내에서조차 그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도 1945년 일본 제국으로부터 시민권을 박탈당함에 따라 그동안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쟁 기간 징용되었던 일본인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아왔다. 한국인이 보상을 받기 시작하면 일본인도 같은 요구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 식민지 시대의 징용 문제 전문가 윌리엄 언더우드는 국민징용령이 실시된 1939년부터 모든 일본인이 징집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 국적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과 보상 문제로 모든 것이 변할 수 있으며, 한일 양국인 사이에서 벌어진 감정적 논쟁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Ⅴ.
그런데 이 특별한 순간에 보상 관련 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강제 징용 문제는 한국 주류 언론에서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 언론의 주요 관심 대상은 세계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당한 여성들로, 현재는 27명만 생존해 있는 '위안부(성범죄 피해자)'다.
우리는 다양한 언론 매체의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막후에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및 향후 경제 협력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한 협상은 대부분 북한 내 기반 시설 구축과 광물 자원 및 탄광 개발권, 향후 일본 기업이 북한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활동 영역은 일본 기업에 매우 유리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막후 협상에서 제기되었을 것이 분명한 것 중 하나는 북한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인이 세계 2차대전 기간 동안 겪었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전쟁 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한국이 받았던 것과 유사한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북한의 협상자 역시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도 이해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과 함께 향후 북한 경제 개발에 참여하는 대가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요구할 것이다.
아베 정권은 1965년 조약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밀리에 북한과 합의하기를 원할 것이며, 일부 기술 이전 및 투자와 함께 그 대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에게 일시금으로 제공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음을 감안한다면 한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인 '경제 협력' 방식을 받아들였지만, 북한의 경우 비록 세부 사항은 비밀로 한다고 하더라도 1965년 한국이 일본과 체결했던 조약에 비해 훨씬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피해 보상 협정을 체결하게 될 경우, 일본 보수층에서 1965년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기로 했던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을 다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개인이 보상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일본과 북한이 진행 중인 보상 협상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남북한과 중국 및 일본 내에서도 수많은 보상 청구가 이어질 수 있다.
Ⅵ.
이제 TV아사히가 BTS의 방송 출연을 갑자기 취소한 것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일 양국 언론에서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가를 살펴보자. 이번 방송 취소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인이 겪었던 고통에 대한 한국인의 문화적 무감각에 대해 일본인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지난해 10월 26일 <도쿄 스포츠>는 BTS 멤버 지민이 1년 전 광복절에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우측 상단 모서리에 버섯 모양의 구름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지적하며 그가 '반일적'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 티셔츠는 반일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BTS와 관련해 여러 게시물을 포스팅했던 반한(反韓) 그룹 '자이토쿠카이(Zaitokukai)'는 BTS의 도발적인 행위를 파악한 다음, 무대에서 이 티셔츠와 관련한 반한 시위를 펼쳤다. 이어서 다른 연예인이 문제의 티셔츠에 대해 논평했다.
TV아사히가 갑자기 BTS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을 취소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TV아사히의 뒤를 이어, NHK와 후지TV 또한 BTS 관련 방송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에 입은 티셔츠는 '애국심, 우리 역사, 해방, 한국'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오른쪽에 있는 원자 폭탄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이미지를 한국의 해방 투쟁과 연결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것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한국 해방 관련 티셔츠 중에서 상대적으로 순화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티셔츠를 그런 식으로 보도록 일본인이 말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불쾌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지민은 티셔츠의 버섯 모양 구름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비판한 일본 언론은 젊은이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증대시킬 필요성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적어도 일본에서는 그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문제의 티셔츠는 일본이 세계 2차대전 중 저지른 행위가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악랄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시각은 한국과 미국의 구(舊)세대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티셔츠가 지민에게 있어 그토록 중요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었다면, 직접 그들에게 질문했어야 했다. TV아사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Ⅶ.
이와 관련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아마도 모호한 의도였을 것이다. 티셔츠는 전체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비난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 대부분 징용을 갔다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사망한 많은 한국인에 대한 추모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본 및 해외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BTS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멤버 중 한 명이 일련의 사진 중 하나에서 나치 친위대 'SS'의 두개골 휘장이 달린 군대 모자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한 비판은 언론에서 원자폭탄 관련 '논란'이 일어난 바로 직후에 제기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유대계 단체 '사이먼 위젠탈 센터(SWC)'의 아브라함 쿠퍼 부소장 겸 글로벌 사회 행동 담당 이사는 '과거를 조롱한다'는 이유로 BTS를 비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엔에 초대되어 발언하기도 했던 이 그룹이 일본인과 나치 희생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쿠퍼 부소장은 아소 타로 재무장관이 히틀러에게 찬사를 보낸 것이나 일본 대중문화에서 나치 이미지가 인기를 얻고 있는 사실, 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일본에서 반(反)유대주의 저술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BTS가 반유대주의 의제를 갖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멤버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무지했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감정에 무감각했음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들의 행동은 잘못되었으며, 그들은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일본이나 다른 곳에서 나치 문양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소위 보수주의자들은 나치 운동에 깊은 매료되었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나는 어린 시절 중서부 지역에서 카우보이와 인디언이 등장하는 연극에 출연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한 팀은 미국의 '인디언'들을 추격하는 백인 '카우보이' 역을 맡았다. 비록 그 해석이 부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나는 19세기 미국 원주민 학살을 축하하는 데에 내가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Ⅷ.
BTS는 광범위한 사과를 했으며, 순회공연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폭탄을 이용한 협박을 비롯해 일본 곳곳에서 폭력 위협과 온라인상의 비난이 계속되긴 했지만, 도쿄 돔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는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모였다. 단 2명만 반대 시위를 벌였다.
BTS 구성원들은 역사 교수가 아니다. 나는 현대 사회에서 그와 같은 강력한 반지성적 트렌드가 없기를 바라지만, BTS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의 노래는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한 세련된 감성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여전히 자신과 서로를 사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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