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청춘! New Start(약칭은 달청 팀)’ 이거 어때요? 의견 주시면 고맙겠어요.”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좀 다이내믹한 이름을 짓고 싶었다.
“이건 어떤 느낌이 드세요?” 두 바퀴를 상징하는 동그라미에 밝음과 젊음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각각 노란색과 청색을 칠한 자전거 깃발 디자인도 올렸더니 SNS 친구들로부터 응원과 격려의 글이 쏟아졌다.
인터넷에 ‘달려라 청춘’ 밴드를 열어 참가자 여섯 명을 초대했다. “어제 자전거 새로 샀어요. 예쁘죠?” 춘천댁이 자전거 두 대를 사진 찍어 업로드 했다.
“밥솥 샀어요. 온라인으로요. 캠핑장에서 밥 해 먹으려고요.” 인천 총각이 5인용 압력 밥솥을 소개했다.
“오늘 날씨 화창하네요. 자전거 타고 죽산포에 왔어요.” 황금벌판에서 만능 키가 멋진 폼을 잡았다.
“왕 초보 맹연습 중입니다. 가평 다녀오는 길에 밤도 주웠어요.” 춘천댁 내외분의 다정한 라이딩 모습이 올라왔다.
“저희도 오늘 원주천 한 바퀴 돌았어요. 그리고 여행사에 항공권을 부탁했는데 조금 전 연락이 왔어요. 중국 남방 항공 특가 상품이라고 하네요. 왕복 91만 원이고 광저우를 경유해서 남 섬 크라이스트처치로 들어간답니다. 모레까지 입금 부탁드려요.” 나는 공지 사항을 밴드에 올렸다.
“정말로 가는군요. 여기 동영상 올려요.” 인천 총각이 비행기 이륙 동영상을 올렸다.
오늘 부러진 텐트 폴대를 수리했다. 원주 중앙 시장 뒤 철공소를 찾아가 연결 파이프를 구해 테이프로 양옆을 감았다. 6년 전 구입해 백 번을 넘게 설치했으니 본전은 빼고도 남았다.
10월 21일. 중국 비자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에서 뉴질랜드 남 섬으로 가는 직항로가 없어 중국 광저우 공항을 경유한다는 이유로 비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공항을 경유한다는 이유로 비자를 요구하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중국 입국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여기 여행 준비물 총정리한 겁니다.” 만능 키가 가져갈 품목들을 서식에 깔끔하게 적어 밴드에 올렸다.
‘자전거 운송이 까다롭다.’ 남방 항공 수하물 센터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자전거를 박스에 넣어 무게 23킬로그램. 가로, 세로, 높이의 폭, 높이, 길이의 합이 158센티미터를 넘으면 초과 요금 천 위안(십칠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전거를 규정 이하로 작게 포장할 수 없었다. 밴드를 통해 갖가지 묘수들을 생각해냈다.
자전거 두 대를 하나의 포장으로 묶는 아이디어였다. 춘천댁 내외분과 우리는 각각 박스 두 개를 하나로 묶어 한 사람분의 초과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2017년. 1월 3일. 출국 날 새벽, 추니가 배탈이 났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더니 아침 식사는 겨우 밥 한 술 뜨고, 소화제 먹고 나서 곧 토해냈다.
‘물 가득 부어놓을 테니 달포 동안 잘 살고 있어라.’ 호접란 화분 받침대에 물이 넘쳤다.
“이제 출발하자고요.” 추니가 커튼을 바닥까지 내렸다가 다시 반쯤 들어올렸다. 이미 잠긴 가스 밸브에 손을 다시 댔다가 뗐다. 안방 닫힌 문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8시, 아파트 현관에 콜밴이 도착했다. 안개가 자욱해 관설동 사거리 신호등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원주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택시 미터 요금에 자전거 운송비 이만 원을 추가 지불했다.
“잘 다녀오세요.” 이른 아침 터미널에 옛 동료들이 환송을 나와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함께 넣어줬다.
서울 올림픽 도로를 따라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은 체증이 심했다. 괜히 숨이 가빠지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20분 뒤에 도착 예정이에요.”
“지금 막 도착했어요.”
“출국장 B번과 C번 사이에서 만나요.” 갑자기 카톡이 요란스럽다.
공항 대합실 한구석에 모두 흥분된 표정으로 만났다. 곧바로 각자 캐리어에 자전거 박스와 가방을 싣고 짐을 부치려고 줄을 섰다. 부피가 꽤 커서 남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건 특수 화물로 부쳐야 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항공 관계자가 다가와 미리 일러줬다. 나는 춘천댁과 초과 수하물 코너에 가서 십칠만 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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