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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외침 "경찰, 한 발자국만 더 오면 목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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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외침 "경찰, 한 발자국만 더 오면 목매 죽겠다"

[현장] '아수라장' 밀양…한전은 야간 공사 위해 조명 설치

경남 밀양시 765킬로볼트(kV) 초대형 송전탑 건설 현장 위로 2일 오후 헬리콥터가 떴다. 한국전력이 펜스 물자 등을 운반을 하기 위해 띄운 것이다.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이날 밀양 지역 곳곳에서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시 주민들과 경찰·밀양시청 공무원, 한국전력 측 공사 인력 등이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다. '아수라장'이었다.

경찰 약 2000여 명과 한전 직원 등 공사 인력 약 500여 명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약 200여 명의 '공사 중단'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고 있다. 밀양시청은 특히 이날 오전 11시부터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건설 4공구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에 돌입했다. 농성 움막 강제 철거를 위해서였다. 경찰의 보호 아래 움막을 지탱하는 말뚝에 고정시킨 부직포와 비닐을 뜯어내려는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엄용수 밀양) 시장 앞에서 농약 먹고 죽겠다"고 소리를 내질렀다. 주민들도 "부직포를 뜯어내면 말뚝이 뽑혀 움막이 무너진다"며 "그만 하라"며 주민들은 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저항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은 양팔을 서로 낀 채 움막 주위를 둘러싸기도 했다.

▲ 2일 경남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89번 765kV 송전탑으로 가는 길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공사 반대 주민이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13.10.2 ⓒ연합뉴스

문정선 시의원은 "경찰 철수할 때까지 여기있다가 나는 죽을 것"이라며 "이치우 어르신(지난 2012년 1월 16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돌아가신 후로 나는 우리 주민 누구도 죽게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경찰이 한 발자국이라도 더 오면 바로 목을 매겠다"며 시설물에 손수건을 묶고 매듭을 만들어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님 밀양에 좀 와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도 움막 안에 들어가 함께 농성을 벌였다.

산외면의 마을 주민 강주민(62, 가명) 씨는 "오늘 새벽 4시30분부터 나왔다 경찰들이 쫙 깔려있더라. 밀양 시장은 아주 더러운 놈이다. 처음에는 송전탑 반대한다더니 이제는 세우라고 한다. 경찰들이 갈 때까지 여기 있겠다. 절대 안 떠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엄용수 밀양시장이 정의당 김제남 의원의 면담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고 게이트볼대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의원들이 만나자고 했는데 일정 있다고 안 만났다던데, 그게 뭐하는 짓이냐. 그 시장은 순 거짓말이다"라고 비판했다.

4공구 지역을 포함한 다른 현장에서도 한전 측은 현재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공사 현장 주변에 철제 울타리를 세우고, 야간 공사 진행을 위해 조명등을 설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연행자도 발생했다. 경남 밀양경찰서는 지난 9월 30일 오후 7시쯤 밀양시 단장면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굴삭기가 들어오는 것을 자신들의 차량으로 가로막는 등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김모(51) 씨 등 5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 중 박모(58) 씨는 전날 89번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에서 공사장 진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김모(32) 경장의 손등 등을 물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밀양 '촌부'가 단식 농성을 하는 이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도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11시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3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적인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로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경과지 동화전 마을 김정회 씨, 박은숙 씨 부부와 그의 두 자녀, 그리고 대책위 상임대표 조성제 신부는 이날부터 한전 본사 앞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다음은 김정회 씨 부부가 쓴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가족단식을 하며 정부에 드리는 호소문" 전문이다.

저는 41세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 마을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정회입니다.

십여 년 전에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다 사람 죽이는 무기를 만드는 것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사람 살리는 농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재배 농사를 지으려고 귀농하여 열심히 하늘과 땅만 쳐다보고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럴 때 하는 말인 것인지, 나라가 원하는 세금 한 푼 빼먹지 않고 열심히 냈고, 나라에서 원하는 다자녀 정책에도 동참하여 4명의 자식을 두어 아름다운 밀양 땅 동화전 산골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우리들에게 닥쳐온 시련이 있었습니다. 왜 765킬로볼트 송전탑이 집 앞으로 지나가야 하는지, 과연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힘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손톱이 닳도록 흙을 파서 만든 전 재산과 건강을 빼앗아 갈려고 하는지, 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민이 주인인 이라 하던데 주인이 원하지 않는 공사를 왜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동원해서까지 하려합니까.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행복할 수 있도록 공사를 해야지 한명이라도 불행하게 하는 공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검토 해 주십시오.

산자부 장관님이 내려오셔서 한 말씀과 국무총리님이 내려오셔서 한 말씀이 '밀양 주민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밀양4개면 52개 철탑 밑에서는 우리 부부, 할머니, 할아버지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양보하고 또 양보해야지요.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겨울바람을 이기고 올라오는 새싹보다 더 약하고 어린 우리 6살 진서가 거대한 송전탑 밑에서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것입니다.

차라리 나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몸과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으십시오. 절대로 저 어린 생명을 송전탑 밑에서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제발 송전탑을, 핵 발전을 멈추어 주십시오.

2013년 10월 2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경과지 동화전 마을 김정회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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