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철 법무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채동욱 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할 만한 정황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다"고 밝히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당초 "감찰을 하겠다"고 밝혔던 법무부가 감찰 착수도 하지 못한채, 채 총장이 이미 낸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청와대에 건의를 한 모양새다.
법무부의 진상조사 발표는 <조선일보> 후속 보도?
법무부가 밝혀낸 '정황'과 관련된 사실이라는 것도 초라한 수준이다. 법무부는 "다각도로 진상을 확인한 결과"라며 △임모 여인(임모 씨)이 경영한 부산의 까페,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상당 기간 자주 채 총장이 출입했고 △2010년 그 여인(임모 씨)이 부인을 칭하며 당시 고검장이었던 채 총장의사무실을 방문하여 대면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하자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 달라'고 말하는 등 관계를 의심케 하는 언동을 했으며 △임 여인(임모 씨)이 의혹이 최초로 보도되기 직전인 9월 6일 새벽에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퇴 발표를 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법무부는 "나아가 그 의혹(혼외자 존재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며 "이는 그동안 채 총장이 밝혀 온 내용들과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의 진상 조사 결과는 이 사건의 핵심에서 비켜가 있다. 현재 핵심은 채 총장과 임 모 씨 아들이 부자 관계가 맞느냐 여부다. 법무부가 제시한 것들은 채 총장의 혼외자가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심 정황은 이미 <조선일보> 등 보도로 충분히 제시됐는데, 법무부가 몇 가지를 더 보탠 것에 불과하다. '철지난 라디오'를 틀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혼외자 문제는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변론 기일까지 다음 달 16일로 정해져 있다.
법무부는 이어 "진상조사 내용, 검찰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 및 채 총장이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남아있는 법절차를 통하여 구체적 내용이 더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진상 조사…목적은 채동욱 망신 주기?
법무부의 이날 발표는 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와 법무부의 감찰 전 진상 조사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근본적으로 의심을 하도록 만든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채 총장 등과 관련된 개인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인사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라는 점 때문에 '채 총장 혼외자 보도 사건'과 완전히 무관치 않은 기관이다. 곽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후에 의혹의 당사자 중 하나로 떠오른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갑자기 거부했던 것이다. 이는 법무부의 진상 조사 진행 통한 '채동욱 망신 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법무부가 감찰을 결정한 상황도 황당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황 장관은 감찰관이 해외 출장이었던 상황에서, 감찰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감찰 지시"를 내렸었다. 이후 법무부는 슬그머니 "감찰이 아니라 감찰 전 진상 규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혼외자 문제가 채 총장의 직무 수행과 별 연관이 없는 문제여서 감찰 대상이 맞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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