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내란 관련 죄가 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란음모 및 선동 혐의를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향후 벌어질 법정 다툼에서 지난한 논쟁이 예상된다.
'반국가단체구성' 혐의 빠지고, 국보법 '독소조항'은 부활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26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하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 혁명 조직)'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내란음모 및 선동)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8월 RO 조직원 수백 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 적기가(赤旗歌) 등을 부른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도 받고 있다.
▲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오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기소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수원지법에 이 의원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했다.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이다. 사진은 이석기 의원이 지난 9월 5일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면서 "이 도둑놈들아"라고 소리치는 모습. 2013.9.26 ⓒ연합뉴스 |
범죄 구성 요건도 더 까다롭다. 이적 단체를 넘어 국가에 준하는 조직과 강령 등이 입증돼야 한다. 현재 우리 헌법에 비춰봤을 때 대표적인 반국가단체는 북한이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도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는 무죄로 판명됐다.
여적죄 적용 역시 국정원 측에서 검토한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결국 공소장에는 빠지게 됐다. 국정원이 '언론 플레이'까지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면서 '총력 수사'를 펼쳤음에도 "추가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 구속 시한이 6일이나 남았음에도 이날 기소한 것도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다.
검찰은 공소장에 RO를 '반국가 단체'가 아닌 '비밀 지하 혁명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강령과 조직 명칭, 조직 체계, 조직 운영, 보안 수칙 등을 기재했다. 검찰에 따르면 RO는 "우리는 김일성 주체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남한 사회의 변혁 운동을 전개한다", "우리는 주체 사상을 연구, 전파·보급 한다", "우리는 남한 사회의 자주민주통일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등 세 문장을 주요 강령 내용으로 했다.
2009년 초까지 RO는 '내일회', '산악회' 등으로 불렸고, 조직원 간에는 RO, 혹은 R로 인식이 돼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직 체계는 총책, 지역 세포책, 부문 세포책, 세포원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조직의 재정 사업체로 검찰은 이 의원이 운영하는 선거 컨설팅 업체 (주)CNP그룹을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RO는 조직원들에게 조직 보위, 사상 학습, 재정 방조, 분공 수행, 조직 생활 등 5대 의무를 강요했으며 "회합시 실명 대신 가명 혹은 '형'의 호칭을 사용"하고 "유사시 도피 자금으로 10만 원 현금을 항상 소지"하며 "북한 자료는 PC방을 이용해 다운받고 같은 장소, 자리는 사용 금지" 등의 '보안 수칙' 준수도 요구했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을 총책으로 하는 조직도를 구성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또 이 조직이 이석기 의원을 'V님(브이님)'으로 지칭하며 숭배왔다고 설명했다.
▲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RO' 조직체계도. 2013.9.26 ⓒ연합뉴스 |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검찰이 확보한 이적표현물의 내용이라고 하면서 "지난 8월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청소년수련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통진당 경기도당의 '진실승리 선거대책본부(진실선본) 해단식'에서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조직원 350여 명이 '동지여, 너는 나다. 내가 바로 이석기 동지다. 투쟁', '하나의 심장, 하나의 거름, 내가 바로 이석기 동지다' 등의 구호를 제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검찰은 北지령 간첩단 '왕재산' 적발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총책 김모(48)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011.8.25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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