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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 있으면 죄 짓고도 뻔뻔해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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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 있으면 죄 짓고도 뻔뻔해지는 나라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81>'마피아 시스템' 걷어내야

이런저런 유형의 '마피아'라는 호칭이 자주 거명되고 있다. 예삿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걱정이다. 그런 이름들이 거론되는 것은 이 나라의 어두운 단면들이 투영(投影)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이 나라에 국제범죄 조직 마피아가 상륙했다는 소리는 아직 없으나, 마피아 형태의 '시스템'이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데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심각한 문제다.

'마피아 시스템'의 해악은 무엇보다도,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이권을 독차지하는 집단에 의해, 불공정하게도 어처구니없이 빼앗기기만 하는 쪽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패거리 독식문화의 만연이 문제다.

전 세계적 범죄조직인 이탈리아 마피아는 원래 시칠리아 섬 주민들이 외부의 침략과 착취에 맞서기 위해 만든 가족·친지 중심의 순박한 공동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자그맣고 순수했던 조직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악명을 드날리며 이탈리아 마피아, 미국 마피아, 러시아 마피아 등으로 몸집을 불렸다. 각각의 조직원과 그 하수인들이 200만 명 정도씩에 이른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마피아에 '착한' 마피아는 없다. 그저 배타적 이익을 독차지하기 위한 냉혈한(冷血漢)들의 잔인무도한 범죄 집단일 뿐이다. 그들의 행동강령을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들은 '서로 도와야하며, 자신과 친구가 나쁘고 적들이 옳다 할지라도, 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런 대목도 있다. '공권력이나 법률에 대해서는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공권력이나 법률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다.

물론 국제 마피아와 양태는 다르지만 이 나라에도 어느새 원전 마피아란 이름이 등장했고, 삽질 마피아(4대강 마피아를 포함하는 말이다)니 영포 마피아니 언론 마피아니 하는 호칭들이 이미 나와 있다. 근래에 등장한 이들은 모두 MB계(系) 마피아들이다. 다 알다시피 원전 마피아란 특정 학연을 근간으로 원전에 대한 전문성을 내세워, 민간기업·공기업·관료들이 그들끼리 외부의 참여와 감시를 차단하면서, 금품수수 등 범죄를 자행해온 세력을 말한다.

함량미달의 불량 부속품을 납품해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이 폭염 속에 5000만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그룹이다. MB 정권과 연계돼 있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삽질 마피아는 4대강 사업과 이명박 정권의 토건 관련 세력들을 아울러 지칭한다. MB와 주변 인사들은 물론, 4대강 사업 공사를 거의 독점한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 강바람 쏘이며 승진이나 하던 국토부 관련 공무원들, 어거지 논리로 4대강 사업 예찬론을 펴오던 '이른바 학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온갖 이권에 혀를 들이민 영포 마피아는 MB의 형 이상득 씨와 마름 박영준 씨가 영일·포항의 연고자들을 끌어 모아 만든 마피아 이상의 막강한 마피아였다. 다들 쥐도 새도 모르는 뒷조사에 몸을 떨며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에 숨을 죽이곤 했다. 언론 마피아는 최시중 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MB정권의 '문지기 조직'이었다. 언론의 역할은 팽개쳤다하여 '이른바 언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MB 치하에서 길들여진 '버릇' 때문에 그들은 지금도 정권의 '수호천사'로 열과 성을 다하면서, '5·18은 폭동'같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보도하고, 촛불에는 침묵을 일삼는 여론조작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에게도 아주 익숙해진 이름이 되었다. 이들 MB계 마피아는 상호 구분 짓기 힘들 정도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분야별로 세분화해 진화하면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이들의 행태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놀라는 것은 한국형 마피아들이 행동양식에서 국제 마피아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내가 틀리고 적들이 옳다 해도' 그들은 칼을 빼들고 덤비며 '단물 독식'을 주저치 않았다. 공권력이나 법률도 우습게 알았다. 특히 MB계 마피아들이 그랬다. 물론 전부터도 법조계나 경제부처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마피아는 있었다.

전관예우가 주된 화두가 되는 법조 마피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모피아(MOFIA), 상공부 또는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공기업인 공사나 공단을 거쳐 민간기업 협회까지 가는 코스의 산업 마피아 등과 함께 금융 마피아, 국세청 마피아, 공정위 마피아 등이 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 중에는 뿌리가 깊고 질긴 것들도 있으나 이명박 씨 품안에서 태동되고 탄생한 마피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세력들로 보는 게 옳다는 중론이다.

마피아들이 횡행하는 세상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MB의 5년 동안 그걸 보고보고 또 보았다. 거듭거듭 깨달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필자는 이 땅의 마피아들이 국제 마피아와는 전혀 다른 생존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대체로 국제 마피아는 나라별로 또는 계파별로 독립운영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이 나라 마피아들은 전부 하나 같이 '믿는 구석'에 선을 대고 있었다.

원전 마피아나 삽질 마피아나, 영포 마피아나 언론 마피아 모두 하나의 '믿는 구석'에 끈을 대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땅의 마피아들은 '믿는 구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이런저런 마피아들이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막강한 '믿는 구석'의 힘이여!

물론 사회의 조직들이 내부적으로 건강한 신뢰관계로 서로 선을 대고 뭉쳐 힘을 합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허나 부당한 배타적 패거리 독식을 위해 그렇게 '믿는 구석'에 떳떳치 못한 선을 대고 마피아 짓을 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정치판에서도 친(親)X, 반(反)X 하는 식의 배타적 패거리를 만들어 '믿는 구석'에 선을 대고, 공천 독식이나 반대파 매장에 열성을 다 하는 정계 마피아들을 우리는 무수히 보았다. 나쁜 짓이다.

특히 그렇게 '믿는 구석'과 이어지기만 하면,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고개 꼿꼿이 들고 다니는 당당한 모습의 사례까지 우리는 목격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그렇게 '믿는 구석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죄를 짓고도 관련자들이 시종 뻔뻔한 얼굴을 하고 활개 치는 전형적인 사건이 되었다.

다 알다시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지난 해 12월 대선 때 국정원장이 내부조직(사실상 '마피아 별동대'였다)을 동원해 여당 후보를 찬양하고 야당 후보를 깎아 내리는 무더기 댓글을 달고, 수백만 건을 조직적으로 리트윗하게 한 선거 부정 사건이었다. 전대미문의 여론 조작 사건이었다. 범죄였다. 서울 경찰청장은 이게 들통나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부하들의 수사를 본격적으로 방해하면서 그런 범죄 사실이 없다는 식의 허위사실까지 발표했다. 이 역시 범죄였다.

이들이 여당 대선후보를 당선 시킬 목적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몸부림친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까지 거부하고 국회와 국민을 그토록 처참하게 짓밟은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웃는 듯한 미소까지 띄우며 의원들을 농락한 것도, 죄인들인 그들이 그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믿는 구석' 때문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국정조사 기간 53일을 허송(虛送)세월 하기위해 그토록 철저히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억지소리로 그들을 변호하는데 사력을 다한 것도 '믿는 구석' 때문이었다. '믿는 구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후보 대선 본부 수뇌들이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미리 빼낸 죄를 짓고도, 국정조사 증인을 회피하기 위해 여유롭게 외국 바람 쐬며 피신해 다니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필칭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광주경찰·대한민국경찰'하는 저질 악다구니를 쓴 것도 역시 '믿는 구석' 보호 때문이었다. 그렇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국정조사는 이 나라 의회 민주주의 사상 지울 수 없는 수치(羞恥)의 극치로 남게 되었다. 국정원 사건을 덮기 위해 국정원장이 NLL 대화록을 불법 공개한 것도 '믿는 구석' 보호를 위한 '관심 돌리기'였고, '이른바 언론'들이 '물타기'를 하면서 사태를 호도하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쓴 것도 모두 '믿는 구석' 보호가 목적이었다.

인천에서는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실이 사실대로 발표됐을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응답이 적지 않게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대통령도 스트레스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마당에 대선 불복을 이야기 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이제 '믿는 구석'인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히 드러나 있는 진실들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 늦지 않게 조치를 해야 한다.

바른지 그른지 따지지도 않고, 당당치도 않은 끈을 용납하고 보호하고 활용까지 해 온데 대해서도 과감하게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믿는 구석'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서두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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