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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탈락자가 혁신학교 평가, 공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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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탈락자가 혁신학교 평가, 공정할까?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10> 문용린 '정략 평가' 멈춰야

문용린 교육감은 다중지능이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중지능이론이란 인간의 지능을 구성하는 언어, 논리-수리, 음악, 공간, 신체, 내면 성찰, 대인 관계, 자연 교감, 영성 등이 모두 상호 독립적이고 동등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중 어느 영역이 뛰어나다고 하여 다른 영역도 뛰어날 것이라는 법은 없다. 다시 말해 국영수 잘한다고 하여 모든 지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는 아홉 가지 지능 중 겨우 두 가지 경우에만 해당되며, 다른 일곱 개 지능 역시 국영수 못지않게 동등하고 독립된 능력들이라는 것이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에서는 학생을 '학습이 빠른 아이와 더딘 아이'로 나눈다. 반면 우리는 너무 쉽게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로 나눈다. 국영수 잘하는 아이가 우수한 아이이고 우등생이고 모범생이다. 그러나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하면 이것은 심각한 편견이요 고정관념이다. 비록 국영수 성적은 부진해도 예체능 과목이 우수한 학생도 우등생이다. 심지어 교과 공부에서 부진하더라도 교우 관계가 좋거나, 내면 성찰, 자연 교감, 영성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도 엄연한 모범생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행복교육 주창자이다. 그는 거의 매주 학교를 방문하여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특강을 한다. 주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교육"이다. 정리해보면 이런 내용이다. 첫째, 행복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둘째,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셋째, 관점을 바꾸면 행복해진다. 넷째, 꿈이 있으면 행복하다. 다섯째, 몰입하면 행복하다. 여섯째, 행복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일곱째,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다. 여덟째,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아홉째, 타인의 행복을 존중할수록 행복하다. 끝으로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중지능이론과 행복교육으로 무장한 문용린 교육감, 특히 "걸음이 더딘 아이도 놓치지 않겠습니다"라는 캠페인 문구를 서울시내 거리마다 크게 내걸었던, 교육학자 출신의 그는 당선되자마자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중지능이론과 행복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거의 '탄압' 수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문용린 교육감이 그 문용린 박사가 맞는가? 혹시 동명이인이 아닐까? 아무리 이론 따로, 현실 따로라고 해도 그렇지 이 정도면 자기부정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많은 분들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렸다며 '변절'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읊으며 탄식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서울시교육감 재보선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한 일 중 하나가 혁신학교 추가 지정 반대였다. 천왕중·우솔초 혁신학교 지정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천왕중·우솔초 학부모 모임이 혁신학교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혁신학교 평가, 법 위반 소지 크다

지난 8월 1일, 혁신학교 50개교 교감 및 교사 85명은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서를 제출하였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8일까지 진행되었던 '2011년 지정된 혁신학교 3년차 8개 학교'에 대한 정책 감사의 의도가 혁신학교 '흠집 내기식' 탄압에 가까웠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감사 과정에서 피감 대상 학교의 감사 준비 및 사후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느라 업무가 과중되었으며 △감사 내용이 혁신학교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루어졌으며 △누가 봐도 과도한, 트집 잡기식 감사였다는 것이다. 정책 감사에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2일 연 혁신학교 평가 공청회 역시 △평가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평가 목적이 불분명했고, △평가 항목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67개 혁신학교 중에서 만 1년 이상 운영한 59개교를 대상으로 10월까지 평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평가 결과를 혁신학교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한 상태이다. 결국, 혁신학교에 대한 예산 삭감과 지정 취소, 혁신학교 신규 지정 불가 등의 조치가 예상되며, 이 같은 결론은 내년 지방선거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학교 현장 주변의 반응이다.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에 대해 무리하고 편향된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는 법 위반 소지가 크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3조 2항에는 "교육감은 평가가 실시되는 해의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교 평가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인 3월 22일에야 '혁신학교 운영 계획'을 내놓고 처음으로 외부 기관 평가를 명시했다. 법 위반 가능성을 운운하며 국제중 지정 취소를 못하겠다는 것과는 너무나 상반된다.

학교 평가는 철저히 수립된 기본 계획을 전제로 한다. 학기 중 갑작스러운 평가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전년도에 기본 계획을 수립해 공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혁신학교 평가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외부 기관 평가를 명시한데 이어 지난달 22일 열렸던 공청회에 가서야 비로소 평가의 구체적 목적, 방향, 영역, 지표, 항목, 배점 등이 공개되었다. 시교육청은 공청회 직후 곧바로 평가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교사들의 반발로 인해 잠시 유보된 상태다.

둘째, 공정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크다. 혁신학교 평가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육개발원(KEDI) 책임자는 친정부 단체인 국민행복교육포럼의 공동대표이다. 연구위원 중에는 국민행복교육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거나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사람도 포함돼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에 정치색이 드리워 있는 셈이고, 처음부터 편향된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말이다. 또 평가 지표 개발에 현직 교사가 참여하기는 했지만 혁신학교 교사는 전혀 없다. 즉, 혁신학교에 대한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평가 지표를 개발한 셈이다.

KEDI는 주로 대학 평가 등을 해왔다. 그런 KEDI가 교육 공공성이 중요시되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평가, 특히 자율과 협력, 나눔과 배려를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혁신학교보다 먼저 시행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특목고), 자율형공립고(자공고), 교과교실제 학교, 영재학교 등 여타 자율학교와 비교해 볼 때에도,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부당하리만큼 평가가 잦고 그 범위가 방대하다. 지난 3월부터 올해 말까지 7개의 평가가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으며, 수시로 정보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혁신학교 평가 자료 요구는 최소한 10여 명의 교직원이 한 달 이상 준비해야 하는 수준이다. 법정 장부가 아닌 서류들을 요구하고, 대학 서열화 평가 등에 해당하는 지표 수준을 들이미는 등 혁신학교 철학과 동떨어진 평가 지표를 통해 혁신학교 본연의 교육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혁신학교의 평가는 교육 활동을 저해한다. 이미 혁신학교 평가는 매년 자체 평가, 2년차 중간 평가, 4년차 종합 평가 등의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일선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을 때도 그렇게 통보됐다. 이 때문에 문 교육감 식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잦은 평가는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에게 '달리기로 평가하겠다'고 한 꼴

앞서 언급한 사안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행복학교를 강조한 문용린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행복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표적 감사, 정략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평가를 해야 한다면, 충분한 횟수의 공청회와 연구 기간을 거쳐 예고 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맞다. 평가 시에는 법률에 근거해 혁신학교 설립의 목적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혁신학교 평가는 토끼와 거북이를 달리기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더딘 아이와 빠른 아이를 놓고 더딘 아이에게 '넌 왜 빠른 아이처럼 못하느냐'고 하는 꼴이다. 다중지능이론에 걸맞게,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끼에게는 달리기로, 거북이에게는 헤엄치기로 평가해야 맞다. 밭을 일구던 농기구로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의 평가는 혁신학교에 설립 취지를 스스로 파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민원서를 제출한 혁신학교 관계자들은 혁신학교 40여 개 학교, 150여 명의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의 이름으로 소송인단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번 혁신학교 평가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3조 2항을 위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곧 '평가 계획 취소 소송'과 '평가 계획 효력 정지 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평가를 강행할 경우 평가 거부 등을 포함한 연대 대응까지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다.

문용린 교육감은 부디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한 만큼, 혁신학교 관계자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고 반발하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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