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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 411일…내가 연대 단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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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 411일…내가 연대 단식한 이유

[마음은 굴뚝같지만] "부당함을 없애야 행복할 것 같다"

하늘에 영광 땅에 평화. 크리스마스는 사람들이 1년 중 가장 행복해하는 날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 이브, 그 행복한 날에 단식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게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지난해 11월 12일 새벽,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가 '고용, 노조, 단협' 3승계를 요구하며 차디찬 철제 수직 사다리를 잡고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올라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두 동지가 굴뚝에 오른 지 408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408일 최장기 고공농성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차광호가 단식에 들어간 지 15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혹독한 추위의 겨울과 폭염과 태풍이 몰아치던 여름을 거친 두 동료가 또 다시 겨울을 맞게 할 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차광호는 5일간의 오체투지 끝에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408일간 굴뚝 위에서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내려온 차광호에게 동료들이 보내고 있는 굴뚝 위에서의 408일은 어떤 의미였을까.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75미터 굴뚝 위. 잠시라도 기댈 온기 하나 없고 아무리 추워도 제자리에서 뛸 수조차 없는 그곳, 자신이 408일 극단적인 투쟁 끝에 3승계 합의를 끌어내고 내려왔던 그곳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또다시 408일을 넘어 굴뚝의 혹독한 날을 쌓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칼날 같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연합뉴스
그들은 경북 구미의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청년들이었다. 2007년 회사가 파산하면서 2010년 스타플렉스가 새 주인이 되었다. 한국합섬 근로자 168명을 고용승계하고 회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바꾸었다. 그러나 2013년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다. 전 직원을 상대로 권고사직이 시작됐다.

11명 노조원들은 '회사가 위장폐업을 한다'며 끝까지 거부했다. 차광호는 2014년 5월 27일 공장 안 굴뚝에 올라 408일 만에 합의를 끌어내고 다음 해 7월 8일에 굴뚝에서 내려왔다. 스타플렉스는 새 회사 파인텍을 충남 아산에 만들어 고용을 승계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았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디다 못한 그들은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기계를 빼내고, 공장을 비워버렸다. 이어 800억 가치의 공장부지와 기계를 하나씩 매각하고 있다. '3승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그래서 '먹튀'라고 말하는 것이다.

스타플렉스 사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으며 왜 끝까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스타플렉스에서 5명에 받아들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한 명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강성노조원은 받을 수 없다는 말이겠지. 그 말의 바탕에는 자신의 자본을 불의한 방법으로라도 지키겠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배부르고 등 따시고 많이 가졌을 텐데. 그에게는 더 많은 자본이 행복일까?

사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부르고 등 따시고 많이 가지고 편안하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파인텍 노조원 5명은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이 된 지금도 단식을 하고, 고공농성을 하고, 땅바닥을 기어갈까. 손쉬운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동료들이 떠나고 이제 5명뿐인 노조가 끝까지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다만 추측해보자면, 부당함을 받아들여서는 불행하니까. 차라리 몸이 불편하더라도 불의와 싸우는 게 더 행복하니까. 그게 인간의 존엄이다. 존엄이 무너진 인간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75미터 굴뚝 위에서 하루하루 최장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화가 난다. 그래서 나도 불행하다. 그 부당함을 없애야 내가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연대 단식을 시작했다.

연말에 단식 농성장에 있으니, 크리스마스 캐럴이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들떠있다. 2018년 전에 예수님이 이 땅에 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어떤 일이 있었길래,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탄생을 축하하며 행복한 말을 주고받을까?

반면, 그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기에 그 당시 사람들은 그를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그리고 예수, 그는 왜 십자가를 짊어졌을까. 적어도 하늘에 치욕 땅에 고통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곰처럼 웅크리고 앉아 곰곰이 고민해본다.

* '마음은 굴뚝같지만'은 2017년 11월 12일부터 75m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씨와 박준호 씨가 하루라도 빨리 내려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연대 글입니다. 같은 사업장의 노동자 차광호 씨는 2015년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일인 408일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 12월 24일, 이 기록은 굴뚝 위 홍기탁, 박준호 두 사람에 의해 갱신되었습니다. 이 추운 겨울을 다시 굴뚝 위에서 맞이하게 할 순 없습니다. 이들이 어서 지상으로 내려와 다시 노동자로서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길 응원하며, 파인텍 5명의 노동자들이 웃으며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하며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릴레이 연재를 이어갑니다.

법적으론 문제없단 말 들었을 때..."아 문제가 많구나"

"그 굴뚝 앞에 서보면 안다"

파인텍 410일, 착취 아닌 착즙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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