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 교육과, 정약용 프로젝트(정직, 약속, 용서)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에 힘쓰고,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혁신학교 탄압에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최근에는 '비리 백화점'으로 드러난 국제중 설립 취소를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제중 교육감인지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인지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일부에서 문 교육감에 대해 '명박산성'에 빗대어 '용린산성'이라고 했겠는가?
사안을 돌이켜보자.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처음부터 국제중을 감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 언론의 압박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감사에 착수했는데, 힘껏 도와주겠다는 의회의 협력도 거부했다. 그리고 지금, 국제중 존폐 문제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이 자주 말을 바꾸고 있다.
감사 시작 전 "이 정도 비리와 위법, 탈법이면 충분히 지정 취소 사유가 된다. 지정을 취소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 감사 이후 판단하겠다"고 하더니, 감사가 끝난 후에는 "검찰 수사 이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에 가서는 "지정 취소가 어렵다"고 했는데, 다시 서울시의회에 와서는 "조직적 비리가 드러날 경우, 지정 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분이 검찰 수사가 끝난 후 표정을 싹 바꿨다. 이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를 들고나온다. 지정 취소는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 지난 5월 20일 김형태 교육의원 등이 국제중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태 |
"운전사 해고할 정도라면 그 버스의 대형 사고는 얼마나 컸겠나?"
영훈·대원 등 서울의 두 국제중에서 드러난 비리는 학교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공정해야 할 입학 전형이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됐다. 학생을 '골라 뽑기'까지 했다. 소수의 아이를 부정 입학시키기 위하여 다수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했다. 대가성 금품 거래까지 확인됐다. 우발적이거나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 행위다. 이런 곳에 우리 학생들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오죽하면 교육부와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조차 지정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까. 지켜보던 대통령까지 나서서 '설립 목적을 벗어난 국제중의 지위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즉각적인 국제중 지정 취소가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6곳의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한 결과 4곳에서 즉각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는 검토 의견을 보내왔다고 한다. 전교조도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영훈국제중 지정 취소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의뢰했고, 그 결과 "특성화 중학교 지정 취소는 '행정 행위의 철회'에 해당해 입학 비리 등과 같은 중대한 사정 발생 또는 공익상 필요가 발생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특성화 국제중학교는 지정 기간인 5년이 만료되기 전에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며 "국제중 지정 취소는 법적으로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라고 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용린 교육감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국제중 지정 취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보였다. 필자는 국제중 취소와 관련해 "알고 보니 알코올 중독자가 상습적이고 지능적으로 음주운전을 했고 대형 교통사고까지 냈다. 당연히 면허를 취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마치 이에 대한 답이라도 하듯, 문 교육감은 "버스가 사고를 냈는데 버스에 결함이 있으면 버스를 폐기 처분해야 하고 운전사가 미숙했다면 운전사를 갈면 된다"고 했다.
운전기사를 해고할 정도로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과연 그 버스는 멀쩡할까?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고쳐서 쓰는 대신 폐차하고, 안전성이 강화된 새 버스를 준비해야 한다. 나는 문 교육감에게 다시 말하고 싶다. 낡고 녹슨 수도관에서 계속 먹기 힘들 정도로 심한 녹물이 나오는데, 과연 물만 바꾼다고 녹물이 안 나올까? 수도관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학생을 대상으로 분식점을 한다고 하기에 허가해 주었더니, 알고 보니 유흥업소, 유해업소를 하고 있는 셈인데, 허가를 취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국제중을 지정 취소해도 현재 재학생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재학생들에게는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국제중의 '커리큘럼'대로 졸업시키고,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중 학사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동양고, 용문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사례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의 두 국제중은 1998년까지 일반중이었다, 이제 다시 일반중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면 된다. 지금 재학생들에게 무슨 피해가 간다는 말인가?
▲ 시민단체 등이 김형태 교육의원에 대한 '정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형태 |
"김형태 교육의원 비판할 시간에 교육 비리 척결에 힘써줬으면"
지난달 시교육청 교원정책과장에게 교육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말끝에 혹시 "양천고 재단으로부터 나에 관한 보고가 들어온 게 있으면 살펴보고 알려 달라"고 했는데, 얼마 후 <동아일보>는 필자가 겸직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과 일부 사학연합회 등 소위 보수 세력들이 필자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한술 더 떠 제명 운운하며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겸직 논란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충분히 해명을 했고(관련 기사 : "<동아>-보수단체의 마녀사냥, 답답하다"), 둘째 아이의 양정고 입학 문제에 대해서는 부족해보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진솔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저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필자의 교육의원직 상실이었다는 듯, 벼랑 끝에 세워놓고 떨어지라고 발로 차고 있다. 필자를 음해할 그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제발 국제중 문제 등 교육 비리에 대해 쏟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국제중을 감싸고 도는 문용린 교육감에 대해 더 날카롭고 엄격한 잣대로 감시와 견제를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교육 비리 척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국제중 비리 파헤쳤다고 보수 언론과 보수 단체, 그리고 교육부까지 나서서 공격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낯을 깎는 행동 아니겠는가? 본의 아니게, 국제중 문제와 필자의 문제가 민주 진보 진영과 일부 보수 세력의 기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처럼 돼 참으로 안타깝다. 제발 서울 시민들을 우습게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 같아도 시민들은 다 안다. 누가 더 시민들 눈높이에 맞게 의정 활동을 하는지, 누가 교육 비리 척결 세력이고 누가 교육 비리 비호 세력인지.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한 정치인이 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이자 실천하고자 애쓰는 글귀이다. 교육의원은 교육계의 경찰관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계의 도둑과 강도를 보면서도 과연 내가 잠자코 있어야 했을지 반문하고 싶다. 이제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 대신 '국제중 지정 취소 문제'와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 등 본질적인 문제로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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