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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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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거짓말

[기고] <조선>이 ‘성역 없이 할 말을 하는 참 언론’이라고?

12월 21일자 <조선일보 사보> 1면 머리에는 그 신문의 역사를 익히 아는 국민들을 바보로 여기는 듯한 방상훈 사장의 황당한 거짓말이 크게 실려 있다. 그는 지난 19일 오후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 '2018 조우회(朝友會) 송년의 밤'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조선일보는 정통 보수언론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두 기둥을 굳건히 지켜나가겠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하지 못할 때 항상 해왔던 대로 조선일보는 비판의 성역 없이 할 말을 하는 참 언론으로서 남을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3월 5일, '조일동화주의(朝日同化主義)'를 표방한 친일단체인 대정실업친목회 대표 예종석을 발행인으로 앞세우고 창간된 조선일보가 지난 98년 남짓 동안 '성역 없이 할 말을 하는 참 언론'이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왜 그런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보겠다.


1937년 7월 7일 일제가 '노구교 사건'이라는 것을 조작해서 중국을 본격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하자 조선일보는 일본군의 '연전연승'을 신바람 나게 중계했다. 일제의 '애국일'인 9월 12일자 신문은 '황군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전 조선적인 애국'을 외쳤다. 1938년 4월 29일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생일인 '천장절'을 맞아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극진한 어조로 '용비어천가'를 바쳤다. 이듬해 4월 17일자 1면 사설에는 조선의 민중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선동이 들어 있었다. 전쟁을 싫어하고는 평화를 얻을 수' 없으므로 '한 번 경천동지의 전쟁'을 일으키라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유럽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가는 길에 일본이 흔쾌히 가세하라는 뜻이었다.

1961년 5월 16일 육군소장 박정희가 주동한 쿠데타가 일어나자 조선일보는 같은 달 19일자부터 30일자까지 '군사혁명'을 노골적으로 찬양하고 미화하는 사설을 무려 12편이나 연속으로 실었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종신집권을 위한 헌정쿠데타를 자행하자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평화통일을 위한 신체제')로 그것을 적극 지지한 뒤 '유신 찬양 시리즈'를 잇달아 내보냈다. 1979년 10월 26일, 독재자 박정희가 '심복'으로 알려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뒤 11월 3일에 치러진 '국장' 당일 조선일보가 내보낸 사설은 한 언론사의 객관적 논설이 아니라 독재자에게 바친 최상의 추도사였다.


"오늘 3천6백만 국민은 국장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모십니다.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마음으로 애도 드리며 삼가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 고인의 서거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정이 깊고 착한 백성인가를 새삼스럽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 각하, 고이 가십시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일파가 쿠데타로 '서울의 봄'을 짓밟은 뒤, 이튿날 터진 광주민중항쟁을 무력으로 억누르며 인명 살상을 저지르던 때 그 항쟁을 '폭동' 또는 '난동'으로 몰아붙였던 조선일보는 8월 23일자 3면 전체를 '전두환 특집'으로 꾸몄다.

"그의 투철한 국가관과 불굴의 의지, 비리를 보고선 잠시도 참지를 못하는 불같은 성품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아랫사람에겐 한없이 자상한 오늘의 '지도자적 자질'은 수도생활보다도 엄격하고 규칙적인 육군사관학교 4년 생활에서 갈고 닦아 더욱 살찌운 것인 듯하다."

1997년 12월의 제15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을 지지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김대중을 낙선시키기 위한 기사와 논설을 쏟아냈다. 그러나 'DJP연합'에 힘입어 김대중이 가까스로 승리한 뒤에도 그 신문은 김대중 정권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2012년 제17대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노무현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조선일보의 '천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이회창 당선을 위해 노무현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그의 임기 말에는 '노무현 부관참시'에 앞장서기도 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간 뒤 선거공약인 '대운하사업'을 '4대강 살리기'로 슬그머니 바꾸어도 조선일보는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이 재임 5년 내내 '미디어 악법' 날치기 통과, 조선·동아·중앙일보사와 매일경제신문사에 대한 종합편성채널 허가 등으로 야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지만, 조선일보는 이명박의 '방탄조끼' 구실에 충실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와 민주당 문재인이 맞섰던 때도 조선일보는 어김없이 극우·수구세력을 열성적으로 도왔다. 조선일보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들'의 맨 앞줄에 섰는데도 그 두 사람이 파렴치한 국정농단으로 장기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지금, 주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할 말을 하는 참 언론' 구실을 외면하고 있다.


방상훈 사장은 조우회 행사 인사말에서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신문업계가 어렵지만, 올해 조선일보는 2위와 비교가 되지 않는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ABC협회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발행부수 145만부를 기록, 2위와의 격차를 50만부 가량으로 벌려놓았습니다. (···) 이제 1년 3개월 후면 조선일보는 '할 말은 하는 신문'으로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신문'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배들이 쌓아온 저력을 후배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새해에도 많은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가 오는 2020년 3월 5일, '창간 100주년'을 온전하게 맞이한다면 성대한 잔치를 벌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75년 3월 17일 새벽, 동아일보사에서 폭력에 밀려 쫓겨난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이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자유언론실천선언'(1974년 10월 24일) 44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성명서('동아·조선일보 폐간운동을 제창합니다')가 그 잔치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명백한 논거가 되리라고 믿는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폐간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두 신문은 창간 이래 98년 동안 민족과 독자들을 기만하는 기사와 논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내보내면서 일본의 '천황 폐하'와 대한민국의 역대 독재정권을 찬양하고 옹호하는 핵심적 구실을 해왔습니다. (···)

동아일보는 1920년 4월 1일 '국민주주' 형식으로 창간되었는데, '창간 사주'를 자칭한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교묘한 방법으로 사유화한 뒤 일제강점기에 '천황 폐하'에게 거액의 '국방헌금'을 바치는 등 부일(附日) 매국·매족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 1933년에 극도의 경영난에 빠진 조선일보를 인수한 방응모는 평안도에서 노다지를 발견해 부자가 된 인물로, 태평양전쟁 시기에 일본군에 고가의 고사포를 '기증'한 바 있는 대표적 친일파였습니다. 그의 후손인 방일영, 방우영, 방상훈으로 이어지는 조선일보 발행인들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어떻게 '친위언론' 구실을 했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금도 동아·중앙일보와 함께 극우·수구세력의 '대변지' 노릇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할 말은 하는 참 언론'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비난만 하는 신문이 온전하게 '창간 100주년'을 성대히 기념한다면 자주·독립·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선열들을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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