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럴 수 있을까. 회장 취임 후 2년은 무지막지했던 세월이었다. 부끄러움이나 반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억울해하는 눈치다. 이 후진 체육계가 아니었으면 벌써 '탄핵'이니 '직무 정지'니 들끓은 여론에 뒤집어졌으리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12월 20일 대한체육회 기자회견에서 '4대악 무관용 원칙', '체육단체 전수 조사' 등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 체육계 혁신 계획이다. 2016년 11월 1일 취임식에서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으로 거듭 나겠다"고 다짐했던 이기흥 회장이 2년 만에 다시 적폐 청산을 내걸었다. 2년이나 깎았다는데 뼈는 남아 있을까. 아니면 이기흥 회장은 개혁을 위해 태어난 천자(天子)란 말인가. 하도 뒤숭숭해 지난 2년을 정리해 본다.
출발은 보은인사, 측근 챙기기였다.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선수촌장, 훈련관리관, 정책연구센터장 등 체육회 요직으로 온 인물들을 두고 입방아가 쏟아졌다. 누구는 체육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고 누구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던 사람이고 누구는 불교계 인맥이라는 식이었다. 특보도 챙겼고 새로운 자리도 만들었다. 새로운 자리에 온 인물 역시 누구누구의 동생이라는 빈정 대상이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놀라웠다. 전 법무부 장관, 전 국정원 차장,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전 부장판사, 전 감사원 감사위원, 전 기획재정부 차관, 전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이 위원이었다. 도대체 어떤 미래를 기획하길래 대한체육회에 검경, 법조, 감사원 출신 인사들을 불러들였을까.
개인처신으로 빚어진 해프닝은 차라리 페이소스였다. 2017년 6월 이기흥 회장은 스스로를 IOC위원 후보로 셀프 추천해 논란을 빚었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선 갑질로 주목 받았다. 무슨 생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예약석을 무단으로 차지했을까. 자리를 옮겨달라는 자원봉사자에게 그를 수행한 체육회 고위관계자는 "야, IOC 별거 아니야. 우린 개최국이야. 머리를 좀 써라"고 폭언을 했다.
2018년 10월엔 MBC 탐사프로그램에 이기흥 회장이 등장한다. <스트레이트>는 '전방위 골프로비 리스트' 보도를 통해 개인회원권 가격이 13억 원인 골프장에서 태광그룹이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에게 불법 골프접대를 했고 이기흥 회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기흥 회장 체제하의 지난 2년 동안 대한체육회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018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선 여야의원을 가리지 않고 이기흥 회장을 질타했다. 선수촌장의 러시아 곰 사냥, 선수촌 음주 파문, 자기 사람 급여 올려주기, 면단위 체육회 사무국장 아시안게임 참관 등은 인사난맥이 빚은 비위의 종합세트였다.
2016년 수영연맹 전무이사는 배임수재, 시설이사와 홍보이사는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뇌물을 받고 국가대표를 선발했고 국가대표 훈련비를 빼돌렸다. 임원 자리를 매관매직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5명을 구속하고 14명을 기소했다는 사실은 수영연맹 비리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부패임을 시사한다. '너 해먹고 나 해먹자'식의 비리가 횡행하던 시기의 수영연맹 회장이 바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다. 수영연맹 회장 시절 이기흥 회장은 박태환 포상금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후 박태환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회장.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서야 뒤늦게 포상금을 지급한 회장이 바로 이기흥 회장이다.
이기흥 회장은 그 악취 나는 부패의 구렁텅이에서 혼자 깨끗했던 것인가. 2018년 기자회견에서 사과 한 마디 없었듯이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문제가 됐던 수영연맹 인사들을 복권 시켰다. 구제의 변은 억울함이었다.
그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만연한 체육계 비리를 참다못해 개혁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선언했다. 유체이탈이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말인가. 안보장사, 북한팔이처럼 적폐청산 장사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 후진 체육계가 아니었다면 벌서 불명예스럽게 퇴진당했을 것이다. 이기흥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