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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저항하지 않으면…"

김민웅의 세상읽기 〈187〉

"지난 400여 년 동안 서구 문명은 이성과 민주주의를 비롯한 이른바 근대사회의 사상적 기초인 계몽주의의 영향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서구 문명은 제국주의가 자신의 문명적 핵심을 형성해 왔다는 것을 거의 언급해 오지 않았다. 서구의 비 서구에 대한 인식, 즉 오리엔탈리즘을 문제 삼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바로 이 제국주의가 서구 문명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 말은 에크발 아마드(Eqbal Ahmad)의 발언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서구인들이 비 서구인들을 경멸하고 수동적 타자로만 인식하면서 지배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인식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에 대하여 이토록 격찬을 마다하지 않은 에크발 아마드는 인도 출생으로서, 평생 이슬람의 파키스탄인으로 살았으며 미국에서 활동했던 시기, 노암 촘스키와 어깨를 같이 하면서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이슬람권 지식인들에 대한 우리의 무지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목했던 오리엔탈리즘적 의식에 우리 스스로도 갇혀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이 서구의 제국주의 문명의식에 깊숙이 젖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크발 아마드는 1960년대 북부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프란츠 파농과 함께 알제리 해방운동에 뛰어들었던 적도 있으며,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 반전평화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에크발 아마드는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변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것에는 날이 갈수록 뚜렷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국가적 주권을 지키고자 하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동맹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우리는 외국군대가 점령하지 않은 조국을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은 우리들의 땅을 자신들의 군사기지로 사용한다. (…) 미국이 자신의 국가적 목표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와 미국의 관계는 점점 더 적대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는 또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둘러싸고 미국이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자신의 패권적 영역으로 삼으려 들 것이라고 이미 오래 전 예견합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이러한 미국의 의도와 계획에 의해 미국 군대에 점령당하거나 희생될 수 있다고 내다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에크발 아마드의 예상대로 미국은 훗날 9.11을 빌미로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여 점령했고, 파키스탄의 정치와 경제를 모두 장악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미국은 파키스탄의 북부와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대의한 마을을 불법 폭격해버렸습니다. 알 카에다의 지도부 궤멸을 위한 전략이었다고 하지만, 애꿎은 민간인만 희생되었고 주권국가의 영토에 그 나라 정부의 허락도 받지 않고 공습을 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국제적인 범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사건 이후 파키스탄 민심은 노도와 같이 들끓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왼쪽에는 미국이 겨냥하고 있는 이란이 있고, 위에는 미국에 의해 점령된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오른 편에는 카쉬미르 지역과 분쟁상태에 있는 인도가 있는 현실에서 파키스탄의 안보는 취약한 상태입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략과 이라크 공격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미국에 의해 언제라도 폭격당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이제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에크발 아마드는 그의 조국을 염두에 두며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저항하지 않으면, 그대들의 인간성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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