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월가를 대변하는 <월스트리저널>이 금리 동결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는데도, 연준이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관련 기사:트럼프와 월가, 연준에 십자포화...금리동결 노골적 압박).
연준의 금리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간의 회의를 끝낸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3·6·9월에 이은 네 번째 인상으로 지난해 말에 비하면 기준금리가 1% 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축소됐던 한미 간 금리격차는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뉴욕증시 연중최저치로 급락..."1994년 이후 가장 예민한 반응"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연준의 발표 직후 급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FOMC위원들은 금리를 동결하라는 월가의 요구를 '만장일치'로 뿌리쳤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이 내년과 후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금융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금리 인상에 대해 미국의 투자자들은 1994년 이후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표현했다.
연준이 월가의 불안을 달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년에 3차례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위원들의 점도표(위원들의 개별적인 금리 이상 전망)는 두 차례로 감소했다. 후년에는 한 차례로 예상됐다. 또한 경기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고 유연성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 동결'을 요구했던 월가의 투자자들은 "의미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발표 전까지 1.5% 상승세를 보이다가, 급반전하며 장중 2.3%나 급락했다. 결국 S&P 지수는 1.54%, 다우존스지수는1.49% 하락하며 연중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나스닥지수는 2.17%나 하락했다. FT는 "연준이 금리를 거듭 인상했던 1994년 2월 이후 월가가 금리인상 결정에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월가의 압력은 물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도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파월 의장은 "정치적 고려는 연준이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전혀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떤 것도 연준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저지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증시 하락세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연준도 인정했다. 연준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경제전망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3.1%, 2.5%에서 3.0%, 2.3%로 낮췄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2.25~2.5%가 된 기준금리가 잠재경제성장률 이상을 자극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중립금리의 하단부에 와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인플레이션율이 관리목표인 2%를 밑도는 1.8%에 머물고 있고,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2.0%에서 1.9%로 내렸다는 점을 반영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표현도 조금 완화됐다.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표현이 이번에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 일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뀌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이후 미국의 경제가 연준의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좋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자리, 가계소비, 경제활동이 강한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추가 금리 인상의 속도와 목표치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준 위원 17명 중에서 6명은 여전히 내년 3회의 금리인상 전망을 고수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의 의지를 확인한 월가의 차가운 반응은 20일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1%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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