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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월가, 연준에 십자포화...금리동결 노골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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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월가, 연준에 십자포화...금리동결 노골적 압박

[분석]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보여준 월가 vs 연준 대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기 전날, 대통령이 금리를 인상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금융선진국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이 확실히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의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날인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연준 위원들이 또다시 실수하기 전에 오늘자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을 읽기를 바란다"면서 "이미 좋지 않은 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제목 자체가 '연준이 멈출 때(Time for a Fed Pause)'다. 사설의 요지는 금리를 동결하라는 것이다.


▲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제롬 파월(왼쪽) 연준 의장.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는 연준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금리 인상 중단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파월이 이끄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AP=연합

월가 압박 불구, 올해 4번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미국의 대통령이 월가를 대변하는 신문 사설을 들먹이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회의 전날 노골적으로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끄는 FOMC는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미쳤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를 통해 "달러 강세가 뚜렷하고, 인플레이션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준은 또다시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18년 장기집권을 하는 동안 '월가의 충복'으로 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뉴욕증시의 10년 강세장은 끝났다",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월가의 의중을 담은 경제위기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을 등에 업은 월가의 압박에도 연준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4번째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이미 “또 다른 기준 금리 인상이 곧 정당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도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할 확률을 70%가 넘게 보고 있다(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확률 72.3%).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 CNBC 역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뒤, 2016년 1차례, 지난해 3차례에 이어 올해 들어 지금까지 3차례 금리를 올렸다.

월가가 추가 금리 인상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집권 이후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미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은 트럼프 집권 이후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에 힘입은 일시적인 경기부양 성격이 크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양 효과는 내년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면 회복하기 힘든 경기둔화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금리 동결을 주장한 논거도 비슷하다. 사설은 “세계 경제가 그동안 낮은 물가상승률과 더딘 금융위기 회복세 속에 있었기 때문에 작은 이자율 변화도 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지금 수준에서 동결하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쏟아낸 통화팽창의 부작용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 속도조절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내비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연준이 내년에도 3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연준이 이번에 기준 금리를 2.25∼2.50%로 올리는 대신에 기존의 '단계적 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해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 정도로 줄일 가능성을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의 FOMC는 19일 오후 2시(우리시간 20일 새벽 4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 회견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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