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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테러 미수 후폭풍…'테러와의 전쟁'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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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테러 미수 후폭풍…'테러와의 전쟁' 확대되나

"사건 발생 1주일 전 이미 예멘의 알카에다 공격 지원"

미국 성탄절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워싱턴 정가는 이 일을 계기로 이른바 '테러 정국'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캠프가 있는 예멘에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는 지난 25일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 253편 여객기 안에서 폭발물을 투척하려다 실패했다.

범인이 예멘에서 알카에다 조직과 접촉해 한 달가량 테러 훈련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공화당은 '알카에다 공포'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도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하게 반응하며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공화당, "美에 대한 위협 제대로 인식하라" 십자포화

재닛 나폴리타노 국보안보부 장관은 지난 27일 <CNN>의 '더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며 항공기 관련자들을 옹호하는 말을 했다가 급히 수정해야 했다.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이 그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피터 호에크스트라 공화당 의원은 테러를 시도한 압둘무탈라브의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 '아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사전에 알려줬던 사실을 문제 삼으며 "백악관이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테러 위협을 경시했다"고 행정부를 공격했다.

워싱턴 정가와 일부 언론에서는 "오바마 정부는 테러리즘에 관대하다"는 식의 비난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이러한 공격은 이번 사건을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에 대한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내년 총선을 위한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 '테러 경시 아냐' 연일 강조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휴가 중에 직접 성명을 발표해 행정부가 결코 테러를 경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방어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예멘이나 소말리아 등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는 모의를 하는 곳은 어느 곳이든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계속해서 다 동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에는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구조적인 실패"였음을 시인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런 중요한 정보가 공유됐더라면 (…) 용의자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도록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을 질책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보안 상의) 허점을 신속하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 추가 파병을 결정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번엔 예멘으로 대테러전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예멘에 알카에다 200~300명, 서방 공격 가능"

워싱턴 정가의 강경한 반응에, '미국 개입 하에 예멘이 알카에다를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테러전의 전선이 사실상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예멘 정부는 최근 알카에다 소탕에 열을 올려왔다. 예멘은 중앙 정부의 세력이 미약하고 법과 치안이 허술한 나라로,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사건 이후 예멘 정부에서는 '미국의 알카에다 보복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나온다.

아부 바크르 알-쿠르비 예멘 외무장관은 29일 영국의 <BBC> 방송에 출연해 "예멘에 알카에다 조직원이 약 200~300명 정도가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폭파 미수 사건과 같이)서방을 겨냥한 공격을 계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산 아흐마드 알-라우지 예멘 정보장관은 "미국이 다른 테러 가능 인물들을 통보했던 것처럼 압둘무탈라브에 대해서도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29일 <CNN>은 "미국과 예멘 정부가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보복 공격을 대비해 예멘 내 새로운 공격 목표물을 탐색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는 미국 고위 정부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은 "특수부대와 정보기관이 예멘 당국의 협조 아래 이번 테러 기도 사건과 연관된 공격 목표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예멘 보복 공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새로운 '테러와의 전쟁' 전선은 예멘?

하지만 미국은 이미 테러 미수 사건 발생 1주일 전 예멘에서의 알 카에다 공습에 발을 들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ABC> 방송은 미국과 예멘 공군이 17일 알카에다 훈련 캠프로 알려진 두 곳을 합동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는 "수도 사나 외곽과 남부 아비안주에 있는 알카에다의 은신처와 훈련소를 공습해 알카에다 대원 3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공격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ABC>는 "백악관 관리들이 미군의 개입은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하달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19일 <뉴욕타임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예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보·군사력에서 공습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29일 영국 <가디언>은 칼럼에서 당시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이 예멘 정부의 작전에서 군사적 지원을 한 것은 예멘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크게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도 개입을 심화시키는 전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무소속의 조 리버만 상원의원은 지난 27일 <폭스 뉴스>에 나와 "테러 위협과 맞서기 위해서는 예멘에서 '선제적' 군사 행동을 즉각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예멘 내 알카에다의 부상을 막는데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오바마가 지난 9월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부보좌관을 예멘에 급파해 '예멘의 안보는 미국의 안보에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행동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에 의해 지하드 세력이 흩어짐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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