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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402일차, 무기한 단식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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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402일차, 무기한 단식에 들어갑니다

[기고] 스타플렉스 이제는 하늘 감옥에서 나오게 해야 합니다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곧 성탄절입니다. 곳곳에서 성탄을 축하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기쁨의 잔치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어둠과 절망이 지배하는 곳에 빛과 희망으로 오십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서울 목동 발전소 높은 굴뚝에서 오늘로 402일째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오시기를 빕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 콜트콜텍 노동자, 전주 택시 노동자, 안전대책없이 죽음의 작업장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태안화력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님의 유족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있기를 빕니다. 특히 서울 목동 열병합 발전소의 높은 굴뚝에 올라가 402여일째 농성하고 있는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들에게 하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 두 노동자는 지난 2017년 11월 12일 75m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400여일째 하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폭 1m도 되지 않는 좁은 철망 위에서 겨울의 혹한, 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냈습니다. 지난 2018년 1월에는 영하 17도를 기록할 정도로 혹독한 추위였습니다. 지난 여름은 무려 40도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염이었습니다. 태풍이 서울을 지날 것이라는 예보를 들었을 때는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높은 굴뚝에서 추위와 무더위, 비바람을 견뎌내고 있지만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미세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날처럼 답답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겨울이 왔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은 그 402일동안 단 한번의 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한 사람의 사장 때문에 한국사회 모두가 안타까워 해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연합뉴스

지금도 신규사원을 뽑으면서도 노동조합을 할 터이니 원청인 스타플렉스 음성공장으로 고용은 안 된다고 한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가지는 게 아직도 차별과 배제의 사유로 버젓이 얘기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그런 기업가라면 노동부 통계로 2200만에 이르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 모두의 존엄과 안녕을 위해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 정부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민중들을 ‘개돼지’로, ‘적’으로 규정했던 박근혜 때도 408일이지만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받고 내려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노동존중’을 이야기한 촛불정부에서 그 408일의 야만의 고공농성 기록이 그 당사자들에 의해 깨지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전체의 인권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안됩니다. 또 한번의 408일을 맞기 전에 그들이 저 하늘 감옥에서 풀려나 이 땅 위로 내려와야 합니다. 땅에 있는 우리들이 힘을 모아서 저 하늘감옥 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과 안녕을 위해 열어야 합니다. 정의가 끝내 승리한다는 희망을 구해내야 합니다. 하늘 감옥의 열쇠는 간단합니다. 사주인 김세권이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세권은 두 번 씩이나 그들에게 고용과 노조와 단체협약 3가지를 승계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2015년 408일에 이르는 고공농성 끝에 고용승계를 약속했던 사주 김세권의 말을 믿고 경북 구미에서 충남 아산으로 일터를 옮겨 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파인텍은 강제수용소, 격리소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조건이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자 김세권은 세 들었던 가건물 파인텍을 공중 분해 시켜버렸습니다.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회사가 약속을 하고서도 외면한 것입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 해고 문제는 사주인 김세권이 나설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김세권은 2010년, 파산한 한국합섬 공장(구미)을 공시지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에 인수하여 이미 막대한 이익을 거뒀습니다. 애초 인수할 때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공장 정상화에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1년 8개월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와 토지를 분할 매각하면서 약속을 파기하였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2014년, 구미공장 굴뚝에서 408일의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사주인 김세권과 고용승계,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승계 등을 보장한다고 다시 한 번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사측은 또 다시 약속을 뒤집고 지금까지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단체협약 체결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자기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국사회 노동인권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스타플렉스 노사간 갈등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약속을 보증하고 강제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중재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새해를 굴뚝에서 맞이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과거 정부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시민들도 하늘 감옥문을 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함께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시민 단체와 종교계 관련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국회를 거쳐 고공농성장까지 4박 5일동안 겨울 오체투지를 하며 호소하였습니다. 12월 10일 과거 408일을 고공농성했던 차광호 지회장이 무기한단식에 들어가 오늘로 9일차입니다.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마음에 오늘부터 저도 무기한단식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헐은 몸이라도 걸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또 한번의 야만의 408일을 넘기지 않고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요청합니다. 12월 24일 성탄 이브의 날이 또 한 번의 408일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목사인 저는 저 하늘 위의 위태로운 402일의 굴뚝농성장이 오늘 내가 찾아가야 할 그리스도의 마굿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가족들과 함께 기쁨의 성탄절을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사주인 김세권, 정부 등 관련자들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서 하늘 감옥 문을 열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작은 힘을 모아서 큰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늘 감옥에 있는 박준호, 홍기탁 두 분과 그들을 위해서 무기한단식에 들어 간 차광호 노조 위원장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며, 오늘부터 저도 곡기를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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