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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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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

[데스크 칼럼] 집권 4개월 만에 휴지조각된 '100% 대한민국' 공약

2013년 6월 24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또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이자 국가 안보에 필요한 정보와 기밀을 사수해야 하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법과 정치적 절차를 어기고 전직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록을 전격 공개했다. 국정원과 이를 옹호하는 여당 입장에선 '불가피하며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하겠지만, 선뜻 납득하긴 어렵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다뤄져야할 정상회담 대화록을 '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전격 공개하는 만큼 그 절차와 공개 범위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는 필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일부 여당의원들이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 발췌본을 보고 문제 삼은 뒤 불과 4일 만에 공개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프레시안(최형락)

24일 오후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정치권에 내던지듯 공개하고, 언론을 통해 8쪽 분량의 발췌본에 실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됐다. 이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것, 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과 달리 당시 정상회담 파트너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보고드린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보기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시사했다'고 해석할 대목은 있으나, 이는 발췌본이라는 한계 때문에 확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이 엄청난 사건을 보고 솔직히 어제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이 사태가 어떤 결말을 나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오늘(25일)로 출범 4개월 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대선에서 지지 여부를 떠나 새 정부가 전임 정권보다 낫기를 바라는 건 국민으로 당연한 기대다. 그 기대가 의혹으로 바뀌었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이로 인한 국론 분열, 그리고 남북관계의 파탄. 이 세 가지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과오로 꼽히는 것들이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이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일이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통해 드러난 것은 노 전 대통령 발언만이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도 공개됐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해 6월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종북 좌파' 논란을 벌였을 당시,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만에 하나 북한이 2002년 5월 박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한 발언을 공개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북이 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정략적 계산을 떠나 박근혜 정부가 내건 대북정책인 '신뢰 프로세스'는 상당기간 작동이 불가능해졌다.

또 25일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국론은 둘로 쫙 쪼개졌다. 이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있었나"이다. 반면 <한겨레> 사설 제목은 "막 나가는 국정원, 이건 정상 국가가 아니다"이다. 양쪽 시각 사이에 완충 지대는 없다.

물론 이런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갈등과 대립, 반목은 전임 정권들에서도 계속돼온 일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슬로건으로 '100% 대한민국'을 내세웠던 것 아닌가? 또 대선 캠프 내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꾸리고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하는 등 지역, 계층, 정치노선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각 출범을 하기는 했지만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어떤 정치사회적 파장을 가져올지 아직 예측하기는 이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주가는 '버냉키 쇼크'에 이은 '차이나 쇼크'로 1800선이 무너졌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자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였던 '국민대통합'은 요원한 일이 됐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이 비극적 결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의 의지에 기인한 것이다. 대통령과 무관한 일이라고? 그렇다면 이 정권은 출범 4개월 만에 레임덕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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