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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화 제의가 압박 전리품? 소탐대실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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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화 제의가 압박 전리품? 소탐대실해선 안 돼

[창비주간논평] 지금부터 한·중 정상회담까지가 중요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7, 8일 양일간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수년간 양국 관계가 꾸준히 나빠지는 추세였기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좀 더 협력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탐색하는 기회로 간주되었다. 결과는 일단 '무난한 출발'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치열한 기싸움이나 대타결은 없었지만,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이슈들을 솔직하게 제시함으로써 서로 의중을 탐색하고 향후에 이어질 본격적 논의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으로 갈등이 깊어지던 물길을 돌려 협력 관계로 나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중 관계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갈등을 품고 있기 때문에, 두 지도자의 개인적인 친분 쌓기, 더 많은 만남, 대외 정책의 일부 변경 등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오히려 회담 이후에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와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갈등은 지속될 뿐 아니라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미·중의 협력 관계, 속단하긴 이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역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국력 약화 속에서도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중국은 새롭게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원한다. 지금은 권력 재편이 초래하는 불안정성과 그에 따른 치열한 손익 계산의 와중이다. 어느 쪽도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각자가 정의하는 현상과 기대하는 변화는 다르다. 미국은 자신의 지배 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는 중국의 부상을 용납할 수 없고, 필요하다면 봉쇄 전략을 구사해서라도 막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특히 아시아에서 커진 영향력을 인정하기를 요구한다. 더욱이 시진핑은 지난 40년간 중국 외교를 이끌어온 원칙, 즉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글로벌 리더 국가로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형 대국론을 선언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뜻을 분명히 알렸다.

아직은 미국이 대중 봉쇄를, 그리고 중국이 수정주의 전략으로 기울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한반도는 중요한 시험대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도 대미 완충 역할로서 북한을 지원해왔고, 미국은 이를 역으로 대중 봉쇄망 구축을 정당화하는 데 일정 부분 이용해왔다. 그런데 3차 핵실험 이후 기존의 중국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북 비핵화 원칙에 동조했을 뿐 아니라 북한 핵 폐기와 핵 보유국 인정 불가에 합의한 것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공조 이면의 시각차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의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미국 측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 속도와 강도로 압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재 한·미 양국 정부가 중국에 거는 기대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 서로 상대방 전략의 확실한 진의를 파악할 때까지 미·중 양국에 모두 북한은 이용 가치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은 대북 압박은 천천히 하면서 대화 국면을 중재하는 데 더 역점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강경한 미국은 대화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지루한 공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영토 문제도 관건이다. 회담에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큰 원칙론에는 합의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공세적 행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전했고,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을 더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빌미로 한·미·일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해양 영토 분쟁을 이용해 인도 및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당연히 이를 자신에 대한 포위로 여기고 있으므로 갈등은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

우리가 대북 문제의 대화 국면 주도할 기회를 잡아야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동북아 국제 정치에 각국의 국내 정치가 끼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이다. 국내 권력의 공고화를 위해 강력한 대외 정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점을 각국 정부가 인지하면서 협력이나 평화 담론들이 약화되고 안보 담론이나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의 아베나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적극적이고, 미·중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있는 한국 정부가 대화 국면을 주도할 기회지만, 좀처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 당국 회담 개최가 무산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사람들의 기대는 6월말 한·중 정상회담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판단컨대 대북 문제에 관해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원칙적 합의 이상의 결과가 여기서도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도 중국도 양갈래 길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한국이 치고 나가야 한다. 강경책을 통해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외교 포퓰리즘을 버리고, 북한의 연속적인 대화 제의를 압박의 전리품으로만 간주하는 소탐대실을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신뢰 프로세스를 할 마음이 있다면 현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한·미에 동조한다고 해서 그것을 대북 압박의 호기로 보기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자산으로 이용해야 한다. 지금부터 한·중 정상회담까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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