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로 향한 길 영원히 막힐 수 있어" 경고

트럼프 대통령에는 "조미 관계 개선 의지 피력" 수위 조절

미국이 최룡해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단행하는 등 최근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은 비핵화로 향하는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16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에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과 인권 소동의 도수를 전례없이 높이는 것으로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조선반도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연구실장은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정객들은 매일과 같이 우리를 악의에 차서 헐뜯었으며 미 국무성과 재무성은 자금세척이요,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비법거래요, 사이버공격이요 하는 별의별 구실을 다 꾸며내여 반 공화국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까지 거들면서 주권국가인 우리 공화국 정부의 책임 간부들을 저들의 단독 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하는 도발적 망동까지 서슴지 않는 등 반 공화국인권모략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미국이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최룡해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을 제재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정책연구실장은 자신들에게 제재와 압박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쌓이고 쌓인 조미사이의 대립과 불신, 적대 관계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위협과 공갈, 압박이 문제해결의 방도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뿌리 깊은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우리는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별로 해나가는 방식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실장은 "충고하건대 미국은 '최대의 압박'이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고 싱가포르 조미 공동성명 이행에 성실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에 대해 비핵화까지 언급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을 두고 북미 간 후속 협상을 둘러싼 기싸움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1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협상에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북한이 먼저 움직일 것을 압박한 바 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일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양상을 보이면서, 실제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으로 가기 전까지 이같은 교착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의 판 자체를 깨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긴 했지만, 외무성 등 공식 기관보다는 격이 낮은 연구소의 개인 명의로 입장을 내면서 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북한은 해당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이같은 담화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1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 담화와 관련, 미 국무부 관계자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북 정상 차원의 비핵화 약속을 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이 지켜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