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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로드맵 내놓은 국토부…"공공성 후퇴"

[토론회] 박근혜 정부 철도 경쟁 도입, 민영화의 서곡인가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국 철도의 발전 방안' 토론회가 지난 14일 무산된 후, 국회가 주관한 토론회가 19일 열렸다. 민주당 이미경, 신기남, 이윤석, 문병호, 박수현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 철도 경쟁 도입, 민영화의 서곡인가'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민간검토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지난달 사퇴하는 파문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난 14일 '한국 철도의 발전 방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내놓았다. 정부 측 논리를 대변하는 인사들이 다수 참여해 열릴 예정이던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이 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단상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하는 바람에 무산됐었다. 국토부는 14일 발표하지 못한 '한국 철도의 발전 방안'을 19일 토론회에서 공식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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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이날 브리핑한 '한국 철도의 발전 방안'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철도 민영화 로드맵'이라 부를 수 있다. 핵심은 올해 안에 완성시키겠다는 '수서발 KTX'의 법인 분리 부분이다. (관련 기사 : 국토부, 박근혜 임기 내 '철도 민영화 완료' 방안 발표)

국토부는 올해 안에 수서발 KTX를 분할한 후 지분 구성을 코레일(철도공사) 30%, 정부 측 우호 지분 70%로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2014년에는 화물 부문을 분리하고 2015년에는 차량 정비 기능을 분리하게 된다. 2015년 말 이후 개통되는 일반 노선 4개는 민간 운송 회사에 개방하기로 했다. 2017년에는 철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분할하고 궁극적으로 철도공사를 지주회사 체계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철도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서발 KTX가 코레일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현재 코레일의 적자 조정 등 핵심축을 담당하는 경부선이 흔들리게 된다. 쉽게 말해 알짜배기 노선으로 다른 노선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철도공사 해체, 즉 민영화의 여건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는 것이다. 수서발 KTX 분리는 민영화의 마중물인 셈이다.

▲ 지난 14일 국토부가 주관한, 철도 민영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철도 민영화 저지 범대위'가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세열)

수서발 KTX 분할은 한국 철도 민영화의 마중물

국토부 발제가 끝난 후 제2발제자로 나선 공공정책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수서발 KTX 노선을 철도공사 자회사로 두는 것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노선을 80% 이상 공유하고 있으며 사업 종류도 여객 운송 사업으로 똑같다"며 "이런 관계는 비정상적이고 중복 비용 문제가 심각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강북에 사는 사람이 서울역으로 가지, 수서역 서비스가 좋다고 수서역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수서발 KTX 노선 분할이 결국 코레일 와해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수서발 KTX 노선 분할은 결국 철도공사의 운송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교차보조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서 (운영) 노선을 줄일 수밖에(민간에 넘길 수밖에) 없다. 현재 국토부는 일반 노선의 분할과 화물 부문의 분리까지 검토하고 있으므로 (민영화 완성 단계에서는) 철도공사 중심의 철도 네트워크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코레일 중심의 통합 네트워크가 붕괴할 경우 "국민들의 교통 기본권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철도의 공공성은 크게 후퇴될 수밖에 없다"고 이 연구위원은 경고했다. 결국 정부와 코레일은 요금 통제력을 잃게 되고, 이는 요금 폭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또 "한국 철도는 남북 통일과 대륙 철도와 연결이라는 특별한 임무도 있어서 통합 철도로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국토부는 철도공사 중심의 통합 철도 네트워크를 분리하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분할 정책은 철도 네트워크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민영화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자 <프레시안> 기사('KTX 민영화'로 한미FTA '철도 조항' 스스로 폐기하나?)를 거론하며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1조(철도 운영)는 '국가는 철도 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하여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관련 조직을 전환하여 한국철도공사를 설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하는 상위법이나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부는 수서발 KTX 운영을 철도공사에 맡겨야 하고, 이 조항에 대한 개정 없이 수서발 KTX 운영을 별도의 출자회사에 맡기는 것은 위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 KTX 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 민영화 밀어붙이면 국제 투기 자본의 사냥터 될 수도"

국토부의 민영화 추진 근거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처장은, 국토부가 철도 산업 개편의 이유로 "독점시장 구조로 경쟁력이 부족하고 수요 창출의 한계가 있으며, 상이한 기능이 통합되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건설과 운영 부문 간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여 갈등이 유발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윤 처장은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민영화가 아닌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 및 전문화를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부 방안은 민영화 방식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주요 내용이며, 경영 합리화는 투명성 수준에서만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토부가 경영 합리화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민영화 추진 자체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말이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국토부의 민영화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는) 한국 철도가 독점 체제 때문에 적자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 철도는 독점임에도 불구하고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주의'적 의미에서) 독점인데도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국 철도가 갖고 있는 문제는 독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박 객원연구위원은 "수서발 KTX를 분리하는 것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나라의 기간 철도망을 거대 국제 투기 자본의 수익 창구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협정상 철도 보호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은 주식 매각을 안 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투자 유치를 받는 순간 한국 철도는 국제 투기 자본의 사냥터가 된다"며 "국가의 규제 행위에 대해 ISD 제소가 이루어지는 순간 정부가 할 일은 국민들의 혈세로 배상금을 물어주는 일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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