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14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포괄적인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인종차별 증오 표현에 대한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날 국가별 심의 보고서에서 인종차별 금지와 관련된 법적 기준이 전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증오 표현, 외국인 노동자 차별, 저조한 난민 인정률, 외국인 어린이의 출생등록 등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이달 3∼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정기 국가별 심의를 받았다.
위원회는 "2012년 심의 때도 직간접적 인종차별에 관해 규정하고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입법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또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인이 도착한 이후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인종차별과 인종차별적 증오 표현이 확산하는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정부가 이를 모니터링하고 유죄 확정시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터 변경 횟수 제한과 체류 기간 제한 및 가족 입국 금지, 비자 변경의 어려움 등도 개선 사항으로 지적됐다.
위원회는 난민이 당국의 심사를 받을 때 언어 소통이 가능한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이주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유엔은 불법 이주자(illegal migrant)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에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주자(undocumented migrant)라는 중립적 표현을 쓰도록 하고 있다.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찰관과 이주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인권 교육도 강화하도록 했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와 보호, 결혼 이주자,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 금지, 동등한 의료보험 적용 등도 권고 사항으로 다뤄졌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는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한국인이 아니면 다문화 가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상 개념을 확대할 것도 제시했다.
위원회는 또 결혼 이주자가 혼인 관계가 종료된 뒤에도 국내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어린이의 출생등록 시스템도 갖출 것을 권고했다.
특히 외국인 어린이에게도 의무교육을 보장하고 최저생계보장 등 사회안전망에 이주자들을 포함할 것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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