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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중' 만드는 게 국제중 입시 비리 근절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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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중' 만드는 게 국제중 입시 비리 근절책인가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6> 문용린 교육감, 국제중 비호 말라

서울시 교육의원인 필자는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에게 "국제중 존폐 문제가 화두인 지금 시점에서 시교육청이 국제중 전형 방법 개선책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 발표하려면 지정 취소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6월 13일, 시교육청은 달라진 전형 방법을 발표했다.

약물 중독, 승부 조작 등 지능적이고 상습적으로 반칙을 일삼아 온 국가 대표는 더 이상 선수로서 자격이 없다. 마찬가지다. 영훈과 대원 등 서울의 두 개 국제중은 사실상 교육 기관으로서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독약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한심한 일이다.

전산 추첨을 하자는 것은 국제중을 '뽑기중', '로또중'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해외 조기 유학 감소', '귀국 학생 흡수', '국제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국제중을 설립했다고 큰소리를 쳐 놓았다. 그런데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조기 유학생이나 귀국 학생 흡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자기 모순이자 자승자박이다.

추첨을 한다고 한들, 모든 학생이 비싼 학비를 내고 제대로 다니기는 어렵다. 일부 부유층이 그러한 '추첨'의 맹점을 가만히 둘 리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국제중 대책은 거센 국민적 비난의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꼼수일 뿐이다. 객관성을 강조하겠다고 내놓은 '체크 리스트' 역시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의 경우, 말도 말고 탈고 많던 '한 부모, 다자녀 가정' 항목을 여전히 두고 있어 '특권을 이용한 반칙'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교묘하게도 사배자에 대한 학비를 교육청이 지원한다는 내용까지 살짝 끼워 넣었다. 서울의 두 국제중의 경우 사배자 학비는 사학재단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설립됐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시교육청이 왜 이럴까? 추상같은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려도 모자랄 판에, 교육청이 잘못을 슬그머니 합리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러니 교육청이 한통속이라고 비난받는 것이다.

▲ 지난달 20일,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영훈·대원의 국제중 승인 취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형태 교육의원실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까지 냈다면 면허 취소해야

필자는 지난 4월 문용린 교육감에게 시정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국제중 비리만으로도 국제중 설립 취소 사유가 분명하니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문 교육감은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감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대책까지 내놓았다. 사실상 국제중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에 출석한 문용린 교육감은 이제 드러내놓고 국제중을 폐지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성적 조작을 통한 입시 부정까지 확인됐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학생 골라 뽑기'가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뽑을 학생을 내정했고 시험을 요식행위로 만들었다. 원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합격시킨 사례까지 있었다는 말을 듣고 국민들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적순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합격을 좌우했다고밖에 볼수 없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대가성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은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국제중을 폐지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는 것이 민심이고 천심이다. 그런데 문용린 교육감의 말은 상습적이고 지능적인 음주운전자에게 면허를 취소하지 말고 계속 운전대를 맡기자는 것과 같다.

교육청과 검찰의 국제중 감싸기, 지나치다

일부 입시 부정을 밝혀냈다고는 하지만, 감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기는 됐을까? 학부모들의 제보와 증언을 근거로 제기된 의혹이 100가지라면, 영훈의 경우는 30가지 정도, 대원의 경우 7가지 정도만 밝혀졌다고 본다. 부실 감사와 꼬리 자르기식 처분이다. 성적 조작, 내신 부풀리기, 졸업 장사 의혹만큼은 교육청이 전문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감사할 수 있는 부분인데, 대부분 검찰에 떠넘겼다.

특히 대원의 경우, 교육청은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영훈은 검찰에 고발했지만 대원은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특별 감사면 특별 감사답게 진행했어야 했다. 지난해 1월 민원 감사를 했기 때문에 "모 국회의원 아들의 성폭행 의혹, 사배자 학부모의 정기적인 50만 원 상납 의혹, 모 저축은행 대표 아들의 1억 편입 의혹, 내신 부풀리기와 3학년 비교 내신 성적 조작 의혹, 졸업 장사 의혹" 등은 이번에 아예 감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대원에 면죄부를 주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수사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국제중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1순위는 영훈이 아니고 대원이다. 그래서 "영훈에 들어가려면 평균 2000만 원이지만 대원의 경우는 5000만 원 이상"이라는 말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 대원에 대한 심각한 의혹들은 여전한데, 왜 대원 앞에만 서면 교육청과 검찰은 작아지는가?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010년 22억4000여만 원에 이르는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모금' 사건을 무려 8개월 동안 수사했다. 하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이번에도 '검찰에 가면 보호를 받는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판검사 중 대원 출신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다. 문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대원학원 설립자인 이원희 전 이사장으로부터 개인 후원 최고 한도액인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대원재단이 다른 사람을 통해 더 많이 후원했을 개연성이 있어 후원금 내역을 요구하였으나, 문 교육감과 선관위 모두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필자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부분은 시중에 떠도는 얘기들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교육청과 검찰은 대원에 대해 제대로 감사하고,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수사할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감사원에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교육, 이제는 수직적 다양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갈 때

▲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김형태교육의원실
국제중이 건강해지기는 이미 틀렸다고 본다.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교육청은 국제중을 살리려는 그 노력을 일반중을 살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쏟아부어야 마땅하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들은 대부분 학교를 서열화하는 수직적 다양화 대신 수평적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분리 교육 대신 통합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외국어 영재를 위해 특별한 학교를 따로 두기보다 일반 중학교 안에서 교과 활동, 또는 비교과 활동을 통해 외국어 영재를 키워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어학, 과학, '문예체' 등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중학교까지는 의무 교육이다. 보편적인 공교육 안에서 맑고 밝고 씩씩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예를 보자. 서울시내 전체 자사고 중 절반의 자사고에서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일이 발생하고, 사배자 전형 역시 파행을 겪게 되자, 시교육청은 자사고 반납을 받는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자사고인 동양고, 용문고가 '자사고 면허'를 스스로 반납하고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인 적이 있다.

두 국제중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영훈과 대원국제중은 원래 일반중학교였다. 일반중이었던 두 학교를 2009년에 국제중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학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다시 일반중으로 환원, 말 그대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올해 국제중 취소가 되더라도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다시 말해, 신입생은 일반 중학교 학사 일정에 따라 운영되고, 2~3학년 재학생들은 기존의 국제중 학사 일정에 따라, 그 커리큘럼대로 진행해서 졸업하는 것이기에 피해가 없다.

문용린 교육감도 국제중을 더 이상 비호하지 말고 국민 편에 서서 해당 학교들이 속히 일반중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국제중 교육감이 아니라 서울시민과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중 폐지 사유는 충분하다. 시대 역행적이게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뒤늦게 국제중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똑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발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생각하지 말고 내일과 모레까지 생각하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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