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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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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했나요?"

[전문]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눈물의 호소문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미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말문이 막히면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스물네 살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작업 중 기계장치에 몸이 끼여 지난 11일 사망했다. 그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을 하는 하청 노동자였다. 김 씨의 어머니는 하나 뿐인 자식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김 씨 어머니는 검은 옷을 입고 참석했다. 함께 동석한 김 씨 아버지는 기자회견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는 여러 석연치 않은 점들이 존재한다. 2인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고인은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더구나 고인은 죽은 지 5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이후,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도 하나둘씩 발견되고 있다.

아직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왜 고인이 기계장치 안으로 들어갔는지, 고인의 신체가 왜 기계장치에 말려들어갔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더구나 사고 이후 작업중지조치가 부분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러한 의혹 관련해서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자식의 죽음에 관련된 진상조사와 원인규명, 그리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아래 그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 김용균 시의 어머니. ⓒ연합뉴스

"아이가 죽고 우리도 같이 죽었습니다"

저희 아들은요. 어려서부터 우리 속을 썩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너무 착하고 이쁜 짓만 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 아이만 보고 살았습니다. 우리에겐 자식이 이 아이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죽어서, 죽어서.... (울음) ...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우리도 같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아무 희망도 없습니다.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상규명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어제(13일) 아이 일하는 곳을 갔습니다. 처음 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너무도 많은 작업량과 열악한 환경을 목격했습니다. 그것이 저를 힘들게... (울음)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평생 놀고먹어도 이런 곳에는 안 보낼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어디 그런 살인병기에 자기 새끼를 내몰겠습니까. 어제는 기계들이 멈춰 있어서 그나마 앞이 잘 보였는데, 아이 동료들 이야기로는 평상시에는 먼지가 많이 날려 잘 안 보이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일한 곳은 밀폐된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플래쉬를 켜야만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플래시를 켜도 먼지가 날려 뿌옇게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밀폐된 공간에 머리를 집어넣고, 석탄을 꺼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 아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사고 난 현장에서 봤을 때 (아들의) 모습이 어땠느냐고. 머리는 이쪽에, 몸은 저쪽에... 등은 (울음) 등은 갈아지고, 타버려서... 타버린 채로 벨트에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이것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이런 곳에 자식을 보낼 생각도 없었습니다. (울음) 저는 우리 아이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후 김 씨의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아들을 좀 살려주세요. 살려주십시오. 불쌍한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울음) 불쌍한 우리 아들을 다시는 이 세상에서 못 볼 거 같아서 미치고 죽을 거 같습니다. 부디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오열) 우리 아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일하다가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내 아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우리 아들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아낸 사람들을 구속 수사해서 우리들의 한을, 진상규명해서 우리의 한을 풀어주세요.

"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 씨 어머니) 작업장은 2인1조로 움직여야 한 사람이 위험할 때 잡아주고 돌봐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그런 사람도 없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혼자 일했다고 합니다. 위험한 데서 일해도 이를 잡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인의 작업복. ⓒ연합뉴스
다른 아이들도 그곳에서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도 우리 아들처럼 똑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들의 자리를 대신한다 해도 똑같은 상황은 반복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이런 이상한 곳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안전장치도 없는 그런 곳에 내 아들을 보냈다는 것에 제 자신도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그 귀한 자식을 그런 곳에 보내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부모가 그런 '자식'을 만들고 싶겠습니까. 아이의 동료들에게도 이야기했습니다. 빨리 나가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일하다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다닌 기업 같은 곳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지 않습니까.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다가도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제 아들이 죽었는데, 바꿔서 뭐합니까. 제게는 아무 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단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명예회복뿐입니다, 조금이라도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이렇게 나섰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저는 그냥 보통 엄마입니다. 평생을 만지고, 보고 또 봐도 모자란 아들이었습니다. 계속 보고 살 줄 알았습니다.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여러분, 저희를 좀 봐주세요. 우리 아들이 이곳에 취업하기 전에, 취업한다고 일곱 달 동안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구해진 곳이 여기였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실천하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 일 관련해서,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책임지도록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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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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