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이 14일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기조가 유지될 경우 북한이 "'플랜B'를 준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에 '일방적 양보'를 할 가능성은 작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올해 4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경제건설 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것은 "극적인 변화가 아닌 준비된 변화"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 시대와 달리 '하루 세끼'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북한을 경제부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도 단순히 '체제 안전 보장'을 넘어 전면적 제재 해제를 통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당장은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제재 해제를 통해 번영하는 길로 갈 수 없다면, 결국 '하루 세끼'를 보장하는, 기본생존이 가능한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 매체를 통해 강조되고 있는 '자력갱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국산화 사업을 거론하며 "제재 대처하기 위해 고비용의 과도한 국산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일반적, 보편적 수준의 자립경제를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통한 번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고립주의 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의) 일방적 상황이 계속되면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서) 어느 정도의 조치가 이뤄지면 제재완화 조치를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불린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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