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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선거법 위반' 기소…검찰 '선상반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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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선거법 위반' 기소…검찰 '선상반란' 배경?

'청와대 외압' 있었나?…수사팀장, 황교안 맹비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이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11일, 대선을 일주일 여 앞두고 민주당이 "국정원이 불법 선거 개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한 데서 시작한 이 사건을, 사법 당국이 6개월만에 '대선 개입'으로 판단한 것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 과정에서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불법적인 방식의 '지원'을 받았다는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 기소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은 이날 석간 <문화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국정원의 대선 개입 백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윤 팀장은 원 전 원장이 "종북 좌파가 여의도(국회)에 이렇게 많이 몰리면 되겠느냐. 종북 좌파의 제도권 진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팀장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언급한 종북 좌파에는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포함된다.

법무부와 검찰의 첨예한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기소 과정에서 일선 수사팀이 황교안 장관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일까지 발생한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첫째, 정권 초반임에도 행정부의 갈등을 빚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가 검찰 조직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황 장관이 무리하게 나서는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설'에 불을 지폈다. 이는 두고두고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황교안 법무장관 ⓒ프레시안

윤석열 수사팀장 "원세훈이 선거 개입 안했다는 것은 '코미디'"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기에 앞서 윤 팀장은 <문화일보> 인터뷰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 대선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확한 데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금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원세훈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되 국정원법 위반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려던 수사팀의 의지를 황 장관이 꺾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팀장은 "대검 공안부도 한달 전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 이런 게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니면 뭐냐. 채동욱 검찰총장도 자리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사건을 최소한 불구속기소라도 해서 공소유지를 해보려고 참고 있는 것"이라고 황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윤 팀장은 "(원 전 원장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반대하는 황 장관을 거듭 비판했다.

황 장관은 지난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강하게 반발한 전력이 있다. 구속 수사 의견을 냈는데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명령한 것이었다. 이 '수사지휘권 파동'으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옷을 벗게 됐지만, 황 장관에게는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적격 여부를 떠나 '일선 수사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이 따라붙었다. 윤 팀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황 장관이 지금 일선 수사팀에 대해 부당한 수사지휘를 했다가 실패한 셈이다.

윤 팀장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강골 검사'다. '칼잡이'라는 별명을 자랑했던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평을 듣는다. 최근에는 '뇌물 검사' 사건으로 알려진 김광준 전 검사 비리 사건 수사팀에 발탁돼 '현직 검사 수사'의 쾌거를 올렸던 경찰과 신경전을 펼쳤다. 이때 노련한 '언론 플레이'를 선보이며 검찰 조직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윤 팀장이 이번에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첨병'으로 법무부와 신경전을 벌였고 1차전에서 승기를 든 셈이다.

국정원 수사 축소 의혹 '뒷배'는 청와대?

윤 팀장의 '반발'은 또 다른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황 장관이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반대하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는 황교안 장관을 통하지 않고서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그 어떤 일도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원세훈 전 원장 기소와 관련된 논란의 뒤에 청와대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전날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청와대 곽상도 민정수석이 수사팀의 회식 자리에 전화를 걸어 "뭐 하는 사람들이냐. 이런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곽 수석은 "팩트가 틀렸다"고 반박했지만, 파장이 수그러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황 장관의 부당한 수사 개입에 대한 공개 반발이 표출되면서 청와대 개입설도 함께 의혹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황 장관 해임 건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에서 손을 떼고, 검찰수사에 대해 어떠한 방해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은 국정원 선거개입사건 수사개입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특위는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수사를 방해한 일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대답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사실상 국회모독죄, 위증죄,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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