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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에 특허 기술 뺏겼다? 한 벤처기업가의 기나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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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에 특허 기술 뺏겼다? 한 벤처기업가의 기나긴 싸움

서오텔레콤 "엘지 형사 고소"…엘지 "이미 법원에서 결론 난 사항"

지난 5월 한 벤처기업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기업들의 횡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올렸다. 서오텔레콤과 서오기전, 두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수 대표다. 김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이른바 'SOS폰(알라딘폰)'에 적용된 특허기술을 엘지유플러스(구 엘지텔레콤)에 도용당했다며 9년간 재벌 기업과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 '탄원서'를 통해 "엘지와의 특허 분쟁은 비단 서오텔레콤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차별화된 기술과 기술 개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횡포에 죽어가고 있다"며 "심장에 박힌 대못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오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의 특허 분쟁은 '대기업의 기술 빼내기' 문제와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된 '유명 사례'다. 경제 민주화 논쟁과 대기업의 부당 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이 특허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특허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추가 자료를 확보했다"며 11일 오전 엘지유플러스 측을 특허법 제225조 제1항에 따른 특허 침해죄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관건은 "서오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 기술은 다르다"고 판결한 특허심판원 심결문을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다. 특허법원이 두 차례나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에서도 사실상 상고가 기각됐기 때문에 김 대표 입장은 불리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전쟁'에 임하고 있다. 소송으로 사옥까지 팔아야 했던 김 대표의 싸움은 9년이 지났어도 진행형이다. (관련 기사 : "성폭행 계기로 낸 특허, 재벌에 뺏기고 8년째…")

조카 피살 계기로 만든 특허 기술, 엘지가 가로챘다?

▲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프레시안
이 분쟁의 시발점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5월 김성수 대표의 14세 조카가 집단 성폭행 후 불에 태워져 살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비상 호출 처리 장치와 그 방법'을 발명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버튼 하나로 보호자와 부모에게 알릴 수 있는 긴급 호출 서비스다.

그는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2001년 10월 무렵 엘지전자연구소를 찾아가 사업 제안을 하고 기술 자료를 엘지유플러스 측에 넘겨줬다. 흥미를 보였던 엘지유플러스에서 특별한 말이 없는 사이 김 대표는 2003년 3월 31일 특허권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엘지유플러스는 유영철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던 2004년 초 '비상 호출 처리 장치(알라딘폰)'를 시판해 '알라딘 서비스'를 개시한다. 김 대표는 자신이 특허 낸 기술을 사실상 도용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엘지를 상대로 기나긴 소송전에 돌입한다.

서오텔레콤이 엘지유플러스에 특허 기술 사용 중지를 요청하자, 엘지유플러스는 특허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오텔레콤의 특허가 부당하다며 특허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6년간의 법정 투쟁이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은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엘지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오텔레콤의 특허는 인정하지만, 엘지유플러스의 기술이 서오텔레콤의 것과 다른 기술이므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엘지와 다르다는 서오의 기술은 '불가능한 기술'?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엘지유플러스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기술 검증을 의뢰했다. 그 결과를 지난 3월 19일 받아든 김 대표는 엘지유플러스가 자사의 기술과 다르다고 주장했던 서오텔레콤의 기술이, 엘지유플러스의 기술과 사실상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오텔레콤이 개발한 기술이 어떤 것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상 상황에 처한 사람 A가 있다. A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다. A가 비상키 버튼을 누르면 전화기에 미리 입력해 놓은 보호자(혹은 경찰) 등 B의 전화기와 단말기에서 벨소리가 울리게 된다. 이와 함께 B의 전화기 화면에는 A의 이름 혹은 번호가 뜨고 "위급하다, 도와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도 전송된다.

이때 B가 휴대전화 덮개를 열거나, 덮개를 열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두 단말기는 연결된다. 즉 A가 가진 전화기를 통해 B가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B의 목소리는 A의 전화기를 통해 '위협자'에게 들리지 않는다. 한쪽만 목소리를 수신하는 상황, 이것을 '도청 모드'라고 한다. 서오텔레콤은 지난 2003년 이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엘지유플러스의 '알라딘폰' SOS서비스도 비슷하다. 실제로 엘지유플러스와 특허 분쟁에서 김 대표가 받은 특허심판원 심결문에 따르면 서오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가 갖고 있는 두 기술의 특성이 대부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오텔레콤의 기술은 A로부터 온 비상 호출음에 따라 B가 통화 버튼을 누르면 B가 A에게 전화를 새로 거는 방식으로 '도청 모드'가 실행되는 반면, 엘지유플러스의 기술은 통화 버튼 누름 신호 자체로 '도청 모드'가 실행된다고 특허심판원은 판단했다. 엘지유플러스의 기술은 전화를 새로 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의 기술이 다르다는 게 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결국 서로 다른 기술이므로 엘지유플러스는 특허 침해를 하지 않은 게 된다.

그러나 서오텔레콤 측은 "이동통신 시스템 신호 체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자의적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공통 표준 규격에 의하면 상호 1차 접속이 이뤄진 상태에서 전화를 새로 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불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김 대표는 ETRI에 기술 분석을 의뢰했다.

김 대표가 받아든 결과에 따르면 "(양측의 연결된) 신호가 유지되므로 비상 연락처에 의한 호접속으로 새로운 통화 채널 형성은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즉 '전화를 새로 건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결과적으로 법원이 "서오텔레콤 측의 기술은 전화를 새로 거는 방식"이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쉽게 말해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고 끊어지지도 않았는데 그 발신처로 새롭게 전화를 걸어 통화 상태를 만드는 것은, 어리석음은 차치하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며 "ETRI의 객관적인 기술 검토 결과 엘지유플러스에서 주장하는 기술이 서오텔레콤의 기술과 차이가 없음이 증명됨에 따라 산업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고소를 결심한 배경이다. 이와 별도로 김 대표는 ETRI 검토 결과를 특허법원에 제출하며 재심을 요구했다.


서오 "대기업의 횡포"…엘지 "이미 법원에서 결론 난 사항"

김 대표는 "이 발명은 엘지에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일지 몰라도 우리 중소기업인에게는 그 운명이 걸린 일생일대의 재산"이라며 "오랫동안 엘지 측의 거짓 주장에 법원과 검찰이 기만당했고 우리 측으로서도 법 절차에 대한 무지의 소치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효과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못한 결과 진실과 정의에 어긋나는 판결과 처분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송을 걸어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사하고 법원에서 판결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며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없는 구조임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법원에서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확고한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법적으로 나온 결론 외에 더 이상 덧붙일 말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다소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이번 사안에 대해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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