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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무가 조세 회피처 '유령 회사' 임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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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무가 조세 회피처 '유령 회사' 임원, 왜?

<뉴스타파> 3차 명단 공개…김석기·윤석화 부부 등 5명

삼성전자 현 임원을 포함해 금융계, 교육계 인사가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일종의 '유령 회사')를 설립했거나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30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 피난처(조세 회피처) 프로젝트' 공동 취재를 통해 3차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조세 회피처에 설립한 10개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과 이 회사에 이사 및 주주로 등재된 한국인 5명의 실명이 담겨 있다.

<뉴스타파>가 ICIJ로부터 입수한 '포트컬 트러스트넷'과 '커먼웰스 트러스트' 등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무려 6개 회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 전 사장의 배우자인 연극인 윤석화 씨도 주주로 일부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족벌 사학' 2세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도 무려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노태우 비자금' 관리인 의심 받았던 김석기, 역시 '금융의 귀재'

김석기 전 사장은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1990년 설립)', '자토 인베스트먼트(2001년 설립)', 'PHK 홀딩스 리미티드(1993년 설립)',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2001년 설립)', 'STV 아시아(1993년 설립),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2005년 설립) 등 무려 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중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와 'STV 아시아' 주주 명단에는 김 전 사장과 함께 배우자 윤석화 씨가 이름을 올렸다.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에는 김석기·윤석화 씨와 함께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가 등기이사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석기 전 사장은 1990년대 '주식의 귀재'로 불렸던 인사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주식 투자 방식을 통해 IMF 구제금융 위기 전후 거액을 벌어 주목을 받았다. 주가 조작, 탈법, 편법을 밥 먹듯이 구사해 "1990년대 금융권 4대 마왕"으로 불렸다는 보도도 있다. 그는 1993년에 2700여만 달러의 외화를 해외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외국환거래법 위반, 수백 억 원대(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 억 원대) 횡령 및 자금 해외 도피 혐의 등으로 감옥을 들락날락했다. 그가 연루된 금융권 스캔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CJ 이미경 부회장과 결혼해 삼성가의 사위가 됐던 적도 있었고, 이혼 후에는 연극인 윤석화 씨와 결혼해 각종 화제의 중심이 됐었다. 한때 TV에서 경제 관련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이던 동방유랑 신명수 회장의 일을 도운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언론 등으로부터 노태우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의심을 받은 적도 있다. 이번 조세 회피처의 일부 법인(1990~1993년) 설립 시기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기 및 퇴임한 해라는 점도 주목된다.

▲ <뉴스타파> 화면 캡처

이와 별개로, 기자 출신 두 명이 김 전 사장과 함께 페이퍼 컴퍼니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배경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동아일보> 법조기자(사회부 차장) 출신인 이수형 전무는 2004년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현재 삼성그룹 핵심인 미래전략실 임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무가 등기이사로 돼 있는 페이퍼 컴퍼니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 설립 시기는 이 전무의 삼성전자 입사 전이다. 이와 관련해 이수형 전무 측은 "명의를 빌려준 것도 회사(삼성) 입사 전이고, 당시 이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인 줄 전혀 몰랐고, 이후에도 아무 진전된 사항이 없다 단 한 푼도 투자하거나 대가를 받은 것이 없으며 사업 내용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전무와 함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조원표 대표도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00년 기자를 그만두고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사학 족벌' 대명사 전재욱 씨 2세 전성용, 유령 회사 4개 설립

이 외에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은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전 총장은 버진아일랜드에 '메럴리 월드와이드(2007년 설립)'와 '인적 자원 관리 교육 연구소(2008년 설립)'를 설립했다. 역시 2007년 전 총장이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은 아예 '전성용(Chun Sung Yong)'이었다. 그는 싱가포르에 '더블 콤포츠(2007년 설립)'를 만들었다.

<뉴스타파>는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이 취재를 시작한 이후 일주일 동안 대학교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 총장의 부친은 경동대학교, 경복대학, 동우대학 설립자인 전재욱 씨다. 대표적인 사학 족벌로 전 씨 일가는 교비 횡령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전재욱 씨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조세 회피처에 개인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OECD 등 국제 기구는 조세 회피처에 세워진 페이퍼 컴퍼니가 주로 탈세, 해외 비자금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에 있는 인사들이 어떤 의도로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는가 하는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인 이영학 씨와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 조현강 씨 등이 포함된 한국인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1차 명단을 발표했고, 지난 27일에는 2차로 한화, 한진, SK, 대우그룹 등 4개 대기업 관련 인사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관련 기사 : <MB 사돈가 등 245명, 조세 피난처에 유령 회사…왜? > <한화·SK 등 대기업 핵심 인사들 '유령 회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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