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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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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겠지"

[기고]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리뷰

다큐 <어른이 되면>은 영화 너머의 영화다. 혹은 영화 이전의 영화다. 장혜영 감독은 <어른이 되면>에서 중증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한 살 차이 여동생을 18년 만에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종의 성장영화다. 단지 혜정의 성장기만이 아니다. 언니 혜영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 작품은 이것이 우리들의 성장영화, 우리 사회의 성장영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흔히 장애인 영화라고 하면 마냥 무겁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동생 혜정이 입에 달고 사는 "유쾌, 상쾌, 통쾌"한 좌충우돌 사회 적응기를 자연스럽게 써내려 간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대부분 상상해보지 못했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동거를 발견할 수 있다.

▲ 동생 혜정이(왼쪽)와 언니 혜영. ⓒ <어른이 되면> 스틸컷


이 영화의 주제는 물론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려고만 했던 우리 사회 '차별'의 역사를 넘어 '인간존중'에 기반한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장애인을 격리시킨 사회의 역사는 결국 비장애인도 격리시켜 온 사회를 만드는 악순환의 역사라는 것이다. 약자 가운데 약자인 장애인의 인권과 평등이 커가는 사회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가능성을 여는 사회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철저히 공감에 기초한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혜정의 일상을 굳건히 중심에 두고 그의 긍정성과 가능성을 찬찬히 따라간다. 얼핏 보면 거의 달라진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180일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사실 달라져야 할 것은 혜정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위의 나열이 아니라 존재의 삶을 우선했기 때문에 카메라의 시선 자체에서부터 차별을 걷어낸다. 당위의 과잉이나 방향의 제시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공감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시키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을 설명하는 감독의 내레이션도 보편적 감성으로 확장된다. 감독이 작사-작곡한 노래인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는 자매의 미래를 걱정한 노래이지만, 단지 거기서 머물지 않고 여성 일반의 삶으로 확장된다. "연약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인간의 삶을 대변하며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부서진다"는 성찰은 부서짐을 각오한 감독의 강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어른이 되면>은 사적 다큐멘터리이면서 동시에 공적 가치와 굳게 악수한다. 재미와 감동이 함께하는 이유다. 울림이 큰 까닭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는 혜정의 질문은 시설에서 18년 간 '어른이 되면'이라는 가정법으로 강제 유보되었던 혜정의 꿈에 대한 아픈 환기다. <어른이 되면>은 가족의 돌봄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장애인의 인권과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관객의 가슴에 슬며시 내려놓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은 작고 연약한 영화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상업적 공룡'들의 틈을 비집고 작은 영화관, 그것도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만 상영되는 겨울의 새싹 같은 영화다.

<어른이 되면>엔 영화 너머의 감동이 있고 영화 이전의 의미가 있다.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우리가 한 뼘쯤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또 조금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영화에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연말연시 잠시 시간을 내어 자매의 좌충우돌 세상 적응기를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혜정이의 가능성처럼, 우리 삶에도 그 어떤 새로운 희망의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타투를 하고 홍대클럽으로 가는 인어공주'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12월 13일 개봉.

ⓒ <어른이 되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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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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