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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에 59년 전통의 언론사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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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에 59년 전통의 언론사도 휘청

'장재구 사건' 고발인 조사…"<한국일보> 가치 되찾는 첫걸음"

59년 역사의 '기자 사관학교' <한국일보>(1954년 창간)가 대주주 장재구 회장의 비리 논란으로 백척간두 위기에 처했다. 기자들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장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고, 장 회장이 편집국장 해임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 회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8일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 비상대책위원회(정상원 위원장)는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비대위는 8일 고발인 조사에 앞서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한국일보>를 되살리고자 했으나 장 회장은 우리의 노력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한국일보> 중학동 사옥 매각 사태의 위법 책임을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따져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재구 회장은 검찰 수사 방패막이용 부당 불법 인사를 당장 철회하고 불법 비리 경영 책임을 지고 <한국일보>를 떠나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최근 경제 민주화 흐름 속에서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거액의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른 경제 사범은 재벌 총수라 해도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을 내리는 추세"라며 "검찰은 장재구 회장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하라. 언론사 사주라도 회사를 마음대로 농단한다면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일벌백계의 교훈을 국민들의 뇌리와 한국 사회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이 고발은 노사 갈등이 아니라 <한국일보>의 가치와 철학을 되찾는 첫걸음"이라며 "검찰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한국 사회에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이 사회에서 갑의 횡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언론사에서도 <한국일보>에서 대주주 회장의 횡포가 일어나고 있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합당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발과 관련해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은 지난 5일 사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이제 사건은 법의 심판에 맡겨지게 됐다"며 "처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성명이 <한국일보> 지난 2일 자 1면에 실려 있다. ⓒ<한국일보> 공식 트위터

"장재구 회장, 200억 돌려놓고 물러나겠다는 약속 지켜라"

비대위의 주장에 따르면 장재구 회장은 한일건설에서 200억 원을 빌려 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한국일보> 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장 회장은 자신의 돈으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한국일보>의 마지막 남은 자산인 중학동 사옥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방식을 동원해 이 빚을 변제했다. 비대위는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발 배경을 설명하며 "장 회장은 2011년 초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개인 자산을 팔아 200억 원을 <한국일보>에 돌려놓고 본인은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과 편집국 기자들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비대위가 고발한 후, 장 회장이 지난 1일 편집국 인사를 단행해 이영성 편집국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비대위는 다음날 신문 1면에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편집국 기자들은 "편집강령규정까지 어겨가며 자신의 검찰 수사를 막아보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비대위는 3일부터 6일까지 비상총회를 열고 이영성 국장의 보직 해임 거부 투표를 실시했다. 재적 193명 중 167명(86.5%)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98.8%가 이영성 국장의 보직 해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압도적인 숫자의 기자들이 장 회장의 행태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편집국 인사가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인사 거부에 대한 징계까지 수차례 거론했다. 이 때문에 현재 편집국이 2중 체제로 운영되는 등 기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실 이준희·이계성·황영식·이충재·이대현·장인철 논설위원은 이날 공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번 편집국장 인사 파동의 원인 제공자가 사측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스스로 정체성을 <한국일보>와 <한국일보> 기자로서 자부심에 두어온 입장에서 더는 파행 상황을 감내하기 힘들다"며 "직접적 인사 책임자인 박진열 사장은 상황의 악화만을 부르는 '서신 보내기'를 즉각 중단하고, 이번 인사 파동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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