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_too)'의 제도화로 손꼽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이 본래 취지에서 일부 후퇴해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오는 7일 열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데이트폭력, 스토킹 범죄, 불법촬영 등 다양화된 젠더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은 젠더 폭력의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젠더 폭력 방지 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규정하고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마련되면 젠더폭력에 대한 최초의 기본법 형식의 법안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 통계를 국가가 통합적으로 구축,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로서 기능하게 된다. 기존 실태조사를 진행해왔던 성폭력·성희롱·가정폭력·성매매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폭력과 디지털성폭력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에 대해서도 국가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방지책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없던 '2차 피해'를 명문화 해서 이를 방지할 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부여했다. 법안에 따르면 2차 피해는 수사·재판·보호·진료 등의 과정에서 입는 사후 피해와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 부당한 인사조치와 같은 신분상의 불이익조치 등이 해당한다.
법안은 당초 '젠더폭력방지기본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될 예정이었으나, '젠더'라는 표현이 학술적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수자성을 강조한 '여성'을 넓은 의미로 사용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이란 명칭으로 발의됐다.
법안 일부 조항은 법사위 심사를 거치며 발의 목적에서 다르게 수정되기도 했다. 지난 3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는 제3조1항에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정의된 개념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바꿨다. '생물학적 여성'만이 젠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범위를 좁힌 것이다. 이로 인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남성 아동 혹은 젠더 폭력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남성들은 법안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의무적으로 규정한 조항을 임의규정으로 수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성폭력' 예방교육도 의무 규정에서 임의 규정으로 수정했다.
아울러 피해자 보호 기관 설립에 근거가 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설립 규정도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원안에서 삭제됐다. 법안에 명시된 '성평등'이라는 표현도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의원은 "법사위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법사위가 체계와 자구심사를 넘어 정의규정이 포함된 법안 내용을 수정해 법의 목적 취지가 훼손된 면이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젠더폭력의 젠더가 학술적 용어이고 외국어이기도 해서 '여성폭력'이라고 정의했고 이를 정의하는 조항을 따로 둔 것인데 이것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하게 되면 원래 법안 취지와는 다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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