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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악역' 맡긴 조국 수석을 '어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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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악역' 맡긴 조국 수석을 '어이할까'

민주당-지지자 '조국 사수론' 속 여론악화 고민

해외 순방을 마치고 4일 귀국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보아왔듯 국내 문제와 외교는 결코 따로 떨어져 갈 수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외교의 중요성과 순방 성과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 글이지만, 산적한 국내 현안과 마주할 문 대통령의 고심이 담긴 언급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떠나던 지난 2일에도 글을 올렸다.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기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글귀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논란이 뜨겁다.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 사건은 문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불거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특감반 비위 사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셀프 승진 시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게 지인 업체 소개 △지인 연루 뇌물 사건 관련 경찰 수사정보 수집 △부적절한 골프 접대 의혹 등이다.

지난 29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조 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건의해 특감반 전원을 교체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특감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26일 임종석 실장은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의 술집 폭행 사건,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운전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청와대 전직원에게 공직기강을 주문하며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다.

임 실장의 사과와 특감반 전원 교체 조치는 청와대가 이 사건들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 기강은 '적폐청산' 주체의 도덕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뒤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 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말했었다. 조국 수석을 향해선 "악역을 맡아달라"고도 했다.

이런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악역'을 맡은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비위가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처지가 곤혹스러워졌다. 청와대는 사태 추이를 예민하게 지켜보며 침묵모드다.

청와대의 '로우키'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사안의 크기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은 뒤로 '조국 사퇴불가'로 입장을 정리했다.

여당 안에서 유일하게 "(조 수석이)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덜어드리는 게 비서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낸 조응천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난과 항의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크게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했던 이재정 대변인은 하루만에 "조국 수석의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조 수석 거취는 어차피 문 대통령 결단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 민주당이 앞장서서 지지자들 여론을 거스를 까닭이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으로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속내가 복잡하다.

청와대 일각에선 조 수석을 교체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공세에 떠밀린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특감반 비위 사건을 조사 중인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도 인사 논란과 관련한 판단을 여론이나 정무적 기준보다 법적 기준에 맞추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지난 4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 논란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을 미뤘던 당시 청와대의 조치는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 해석이 나오자 부메랑이 돼 인사 실패 논란을 되레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특감반 사건도 대검 조사에서 기존 혐의가 확정되거나 새로운 혐의가 등장할 경우 파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한겨레>는 청와대가 특감반 의혹의 핵심에 있는 김모 씨를 검찰로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구두 통보의 형식과 경로가 부적절했다고 검찰 핵심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특감반 비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인 지난 11월14일, 청와대가 김 씨를 검찰로 복귀시키며 구두 통보한 내용은 '김 수사관을 돌려보낸다'가 전부였고 비위 관련 내용이 담긴 서면 통보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대변인은 "법령에 어긋나지 않게 했다"면서도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특감반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고강도 청와대 쇄신책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조 수석을 전격 교체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국내 문제에 발목 잡혀 남북관계 및 북미협상 촉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퇴색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6일까지 공식 일정 없이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현안과 관련해 "믿어달라"고 했던 만큼, 금주 중엔 문 대통령이 조국 수석 거취를 포함한 청와대 공직 기강 사태를 둘러싸고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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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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