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 시발점은 'MB 국정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 시발점은 'MB 국정원'?

[진단] 조현오 전 경찰청장 증언, 거센 후폭풍 예고

또 국가정보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 전 청장이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의 진원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고위 관계자를 지목했다. '원세훈 체제' 국정원이 새 정부 들어 또 구설에 오를 조짐이 보인다.

조현오 전 청장은 지난 2010년 3월 31일 경찰 내부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무엇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뭣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 계좌가 (…) 10만 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 계좌가 발견이 됐는데…"라고 문제의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을 한다. 이 발언은 동영상 CD로 제작돼 일선 경찰에 수천 장이 배포됐다. 문제가 된 후 전부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년 넘게 지났다. 조 전 청장은 23일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발언이 나온 배경과 관련해 "2010년 3월 31일 강연을 앞두고 불과 며칠 전에 임경묵 씨(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와 단둘이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얘기를 들었다"고 '정보원'과 '시점'까지 공개했다. 임 전 이사장은 이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조 전 청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은 진실 게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후 법정 구속까지 감수하며 임 전 이사장의 존재를 감춰왔던 조 전 청장이 뒤늦게 그의 실명을 꺼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조 전 청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원,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정보 수집?

위증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법정에서 나온 조 전 청장의 발언, 그리고 증언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유추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이 드러난다. 특히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 장악했던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수집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9년 3월 14일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가 시작된 시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2009년 4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4월 30일 검찰의 소환에 응한다. 그로부터 23일 후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 조현오 전 경찰청장. ⓒ프레시안(최형락)
조 전 청장이 3년 전 강연에서 언급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면 차명 계좌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차명 계좌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09년 5월 22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날 차명 계좌가 발견됐다는 것이 조 전 청장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월 22일 차명 계좌가 발견됐다'는 말을 들은 시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개월 후인 2010년 3월 30일 이전의 '어느 날'이다. "강연 며칠 전"이라는 말을 토대로 보면 3월 20일에서 3월 30일 사이로 추정된다.

당시 국정원 싱크탱크였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 문제의 임경묵 전 이사장이다. 그리고 국정원 수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었다. 조 전 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9년 2월 취임한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인사다.

국정원 측 인사인 임 전 이사장이 검찰로부터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에 관한 '정보'를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검찰에서 국정원 측으로 정보가 흘러들어갔다면 이는 큰 문제다.

이와 관련, 당시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임경묵이라는 사람은 처음 들어본다"며 "조 전 청장과 친분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중수부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차명 계좌 발언'에 대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임 전 이사장이나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등은 조 전 청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최대 기관의 수장을 지냈던 조 전 청장이 향후 벌어질 법적 논쟁을 간과하고 임 전 이사장과 당시 대검의 수사 책임자를 폭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간다면, 전직 국정원장과 검찰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은 물론 각종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관건은 임 전 이사장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여부, 그 발언 내용의 진원지가 국정원인지 아니면 검찰 측인지 여부 등이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임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까지 '유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반(反)노무현' 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물타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차명 계좌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검찰이 '잘못된 정보'나 '설익은 정보'를 수집해 놓고 무책임하게 이를 흘린 것일 수 있다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엄정한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사정 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임 전 이사장을 비롯해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나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