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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 <김세종민화컬렉션 - 판타지아 조선 > 순회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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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 <김세종민화컬렉션 - 판타지아 조선 > 순회전시 개최

조선봉건체제 해체기 현상 부각 , 한국미술 새로운 미감 보여주는 60여점 공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진식 전당장 직무대행)과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과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광주은행 창립 50주년 기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3주년을 기념하여 12월 14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5관에서 <김세종민화컬렉션 - 판타지아 조선 Fantasia Joseon> 순회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김세종 컬렉터가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구운몽, 까치호랑이 등 민화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작품 중에서 60여 점을 엄선하여 공개된다.

<김세종민화컬렉션-판타지아 조선(Fantasia Joseon)>은 조선시대 봉건질서의 해체와 전환현상을 정확하게 담아 그들의 조형언어로 표현한 민화들이다.

이번 순회전시는 서(書)와 화(畵)를 아우르는 필묵의 전통이 계승되면서도, 조형적 참신성, 공간과 시각의 자유로움, 해학과 포용이 담긴 민화만의 미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조선시대 봉건질서의 해체와 전환현상을 정확하게 담아낸 조형언어로서 민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민중이 그린 우리 그림’이라는 이유로 소박함만 부각하는 일부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이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민화’만큼 조선시대의 봉건질서의 해체와 전환현상을 정확하게 담아낸 조형언어도 없다.

이런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민화를 돌이켜 볼 때, 그동안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민화를 소홀히 다룬 점이 없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연구자와 감상자가 세계의 보편적 미술사의 흐름위에서 민화를 파악하기 보다는, 한국 전통의 문인 사대부의 관점을 내면화 한데에서 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이후 조선사회의 그림은 문인사대부나 화원보다도 시장을 중심으로 한 민화유통구조와 이에 부응한 민화의 성장이 주도되었다는 것이 가릴 수 없는 객관적 현상이다.

당시 조선은 사회구조의 근간인 신분제도가 와해되었고, 조형언어의 창작주체마저도 프로작가로 저변이 넓어지면서 교체되었다. 더욱이 양반 질서가 제도적으로 사라진 이후에는 그림에 있어서도 문인화의 주체자인 문인은 물론 화원화가나 불모(佛母) 출신 등의 창작주체들이 민간으로 진출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민화라고 부르는 그림을 제작했다.

민화는 대중인 민이 좋아한 그림이고 대중인 민이 모두 다 창작주체가 될 수 있었다. 정작 민화를 그리고 유통시키는 주도자는 시장에 민화를 파는 민화 전업가와 민화 전업가 가운데 특별한 재능이 있어 많은 수요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관동팔경 8폭 중 2폭<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ACC

특히 많은 수요가 있는 작품은 본 그림으로 제작되었고, 본 그림은 다른 창작자의 작품활동의 모본(模本)이 되어 널리 유통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민화를 널리 유통시킨 작가라 해도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무명이 아니라 더 정확히 익명을 요구한 프로작가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그간의 많은 연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화를 본(本)그림이나 무명작가의 삼류그림으로 폄하되기 일쑤이었고, 역사적 재평가와 새로운 미학적 인식의 지평이 완전히 열렸다고 할 수는 없다.

민화를 홀대하는 또 하나의 이론은 궁중 민화의 발전을 주장하는 역차별 현상이다. ‘민화가 허접하다고 생각하니 궁중화에 끼워 이야기하여 민화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논리이다. 이는 미학적 관점을 생략하고 사회 신분적인 가치로서 미술인식을 대체하는 전형적인 속물 논리이다.

민화를 폄하하는 논리와 반대로 민화의 가치를 선양하면서 그 근거를 우리 민중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도 미술의 평가기준을 사회적 신분가치에서 찾고자 하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이 같은 논리의 귀결은 결국 민화를 ‘못 그렸지만 우리 그림이기 때문에 사랑해야하는’ 소박한 민족감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지금까지 민화의 인식에 이런 부분들이 있었다면, 결국 진정한 ‘민화’의 부흥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담당계층이 등장하여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이는 미학적 가치의 역사적 변화라는 세계적인 보편성을 우리 민화 속에서 찾아내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살펴보는 조선민화는 서와 그림의 결합이 만들어 내는 융복합적인 조형공간, 원근법적 질서를 탈피한 역원근법의 구성, 다시점(多視點)으로 대상을 전복하고 해체시키는 공간경영, 수묵과 채색의 비유기적 조합, 전범이 없는 자유로운 필획 등으로 한국미술의 현대성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면서 전통 서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보여준다.

민화의 자생적 발전은 일제에 의한 침략과 1960년대부터 시작된 ‘근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서양문화의 일방적인 숭배현상이 일어나면서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제 서구문명의 한계가 노정되고, 서구 현대미술이 도달한 지점들이 거리낌 없이 비판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새로운 미술의 대안으로 민화를 다시 보게 된다.

이 전시는 서와 화를 아우르는 필묵의 전통이 계승되면서도, 민화의 조형적 참신성, 공간과 시각의 자유로움, 해학과 포용의 미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계기에서 한국의 서예와 현대미술이 만나는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통일 한국의 새로운 문화적 비전과 함께, 나아가서는 아시아는 물론 서구와 제 3세계 사람들에게도 한국미술이 보여주는 새로운 경지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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