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 노동자 농성장 철거를 위해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5일 태평로 2가 대한문 앞에 CCTV(폐쇄 회로 텔레비전) 1대를 설치한다는 행정 예고를 올리자마자 CCTV 설치 작업에 착수해 논란을 일으켰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가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20일 이상 행정 예고를 하거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열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중구청은 이를 무시하고 행정 예고 즉시 CCTV를 설치했다가 항의를 받자, "실수"라고 설명한 뒤 지난 8일 이를 철거했다.
그러나 중구청은 CCTV 설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5일 행정 예고를 한 만큼 오는 25일 이후에는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4일 새벽 농성장을 기습 철거하고 그 자리에 대형 화분을 배치한 지 하루 만에 CCTV 설치 계획을 밝히는 등 '전광석화' 같은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관련 기사 : '박근혜 아부 트윗' 중구청의 분향소 철거 작전)
CCTV 설치와 관련해 중구청은 "범죄 예방, 시설 안전,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쌍용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결국 집회를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헌법에 보장된 인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9일 최창식 중구청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문 앞에 불이 나거나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농성 관련 천막들이 늘어서 있는 등 시민들이 쾌적하게 걸어 다녀야 할 도로 공간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며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르면 오는 26일 CCTV를 대한문 옆에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 목적이 농성자들 때문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4월 쌍용차 해고자였던 이윤형 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약 1년간 집회 신고를 내고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왔다. 그간 해고 노동자 24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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