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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적자금 57조 먹고 살아난 GM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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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적자금 57조 먹고 살아난 GM의 '배신'

[분석] 美노동계와 정치권 , "국민 혈세로 살린 기업의 배은망덕" 분노 폭발

제너럴모터스(GM)가 26일(현지시간)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내년 말까지 미국 오하이오, 미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자동차 조립공장 3곳과 메릴랜드, 미시간 주 변속기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 공장 2곳도 폐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GM은 쉐보레 크루즈와 뷰익 라크로스 등 기존 승용차 모델들의 생산도 중단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공적자금으로 회생했을 당시의 구조조정 규모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이번 구조조정은 경영이 어렵거나 경기 하강 국면에 대응할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집중투자 재원 마련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한 북미 지역에서만 5개 공장의 문을 닫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GM 북미 지역 근로자의 15% 정도인 1만5000명이 감원 대상으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물론, 자동차업계 노동자와 이들을 지지세력으로 하는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일찌감치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GM은 실제로 구조조정으로 절감이 예상되는 비용 60억 달러(약 6조7700억 원)를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투자에 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 "GM에 많은 압력을 가할 것"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모든 법적 조치와 단체교섭권 등을 통해 맞설 것"이라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공장을 되돌려주겠다고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재선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GM의 구조조정 계획에 당혹해 하고 있다.

GM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발표된 북미지역 공장에는 오하이오 주 로즈타운 공장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공장이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은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 대표적인 '러스트벨트'로, 지난 대선 당시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며 공을 들인 트럼프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핵심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의 CEO에게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야 하고, 잘 팔리는 자동차를 만든 뒤 새로운 공장을 오하이오에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성난 노동자들을 달래려 했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GM이 지난 2009년 파산 선고를 받은 후 510억 달러(약 57조5900억 원)의 연방 긴급구제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배은망덕'이라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나라는 GM을 위해 많은 것을 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투자 수익의 흐름에 민감한 금융시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GM이 기존 자동차 모델을 포기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집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다는 계획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GM의 주가는 5% 가까이 상승했다.

업체의 생존 논리로만 보면 GM의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65%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트럭이다. GM의 주력인 중소형 세단의 판매는 급감했다. 또한 최근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IT 업체들은 이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해 왔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다른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달라진 시장 환경에 대응해 변신을 도모해 왔다. 크라이슬러는 2년 전부터 소형차와 중형차 중심의 모델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포드의 경우 향후 몇 년 내에 스포츠카인 머스탱을 제외한 모든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전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GM이 노동계와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치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관철할지, 아니면 타협으로 선회할 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GM이 2014년 이후 유럽과 호주, 태국, 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접고, GM군산 공장을 폐쇄한 이후 한국GM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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