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감세 정책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회 기획재정위가 내년 소득세·법인세 추가 인하를 최고 과표 구간에 한해 2년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소득세는 8800만원을 초과하는 세율에 한해 현행 35%의 세율을, 2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한 법인세도 현행 22%의 세율을 2년간 유지키로 하는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당초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각각 2%씩 추가 인하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야당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이같은 법안을 강행 처리했던 한나라당조차 감세 기조를 이어가는데 부담을 느낀 탓이 크다. 특히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 여당의 '감세+확대 재정' 정책으로 재정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재정 확장 정책에 이어 내년에도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감세정책으로 임기 5년 동안 총 99조 원의 국세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결정은 경제 위기에 따른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결정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수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정부의 감세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2013년, 2014년이 돼야 재정적자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2년 유예하는 것은) 대단히 부족한 조치다. 이번 기회에 최고 구간 감세는 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 때문에 줄어드는 소득세가 2008년 3조5000억 원, 2009년에는 4조 원 규모"라며 이같이 말했다.
엇박자 난 '감세 철학'?
지나친 감세에 따른 대안으로 정부가 마련한 세수 보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윤증현 장관은 당초 소득세 법인세 인하는 그대로 가는 반면, 각종 공제 제도를 줄일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를 뒤집고, 소득세 법인세 인하를 일부 유보시키고 정부가 제시한 각종 공제 제도 폐지를 막은 것이다.
특히 문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한나라당이 존치시키기로 한 부분이다. 윤 장관은 세수 확보와 재정 건전성 확립을 위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한나라당은 기존의 공제율 10%에서 7%로 낮추고 수도권 투자 기업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부 축소하는 것으로 야당과 합의해 처리했다.
윤 장관은 감세 기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한나라당은 임투세액 공제를 유지시키는 '차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감세 기조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지만, 이같은 조치가 재정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임투세액 공제는 혜택의 54%가 10대 대기업에 돌아가고, 공제 액수가 연간 1조원에 달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대표적인 '재벌 특혜 제도'로 지목받은 제도다.
이정희 의원은 "임투세액 공제 존치는 적절치 않다. 이 제도는 임시적 방편이었고, 재연장이 되도 경기 조절 효과는 상실했다고 본다. 정부가 주장한대로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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