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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자리 정도나 줘야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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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자리 정도나 줘야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들

[시민정치시평] 한국 우익 지배집단의 훈장

부정, 부패, 불법, 탈법, 부도덕, 특권. 이것들은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한국의 우익 지배집단의 훈장이다. 그들이 획득한 권력과 축적한 부가 거기에 힘입은 바가 크고, 지금껏 그것을 특별히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별로 보인 적이 없으니 확실히 훈장 맞다. 그리고 그 훈장은 현재 진행 중인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장관 내정자였던 어떤 사람은 8살 난 아들에게 임야를 증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 사람을 포함한 또 다른 장관 임명자는 '부담부증여' 방식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넘겨줘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했다. 특별히 연고도 없고 자신의 거주지도 아닌 전국 13곳에 신고액만으로도 20억이 넘는 땅과 아파트와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신임 장관도 있다. 또 어떤 장관은 5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8200만 원에 산 것으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수천만 원의 취득세 등을 탈루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을 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섹스관광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사람이 청와대 비서실의 최고위 인사로 낙점되었다. 또 20여 년 간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편에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장본인이 이제 와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 감독하는 기관의 장이 되려 하고 있다.(그는 결국 25일 해외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급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혔다. 편집자주)퇴직 후 무기중개업체 자문이사로 지내면서 2년 동안 2억85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전직 장성, 부실대학의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교육부 차관, 대형 법무 법인에서 1년 4개월 간 평균 월 1억 원의 급여를 받은 전직 고검장,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특권 집단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신물 나게 봐와서 이제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한국 우익 지배집단의 맨얼굴이다. 총리, 장관, 비서실장 등이 되기 위해 인사검증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이 사람들은 이미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공직에 있을 때 가졌을 법한 투철한 공인 의식이나 공직에 대한 헌신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이 공직에 있으면서 벌였던 농지법 위반,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서 작성, 편법 증여 등과 전직으로서의 권력과 영향력을 이용한 이권 개입, 특권 행사 등은 이들이 오로지 일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출세의 가도를 달려온, 결코 공인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물론 누구라도 여유 자금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부동산을 사들여 수익을 얻고, 재산 증여나 거래로 인한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전과 십 수범이 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과 유사한 '질투성' 동병상련의 마음을 이들에게 품는 것이 온당한가?

우리가 이들 우익 지배집단에게 묻는 공인 의식은 사실 별 것 아니다. 땅 투기로 그들이 얻은 공공 개발의 이득이 땅 한 평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낸 세금에서 나온 돈이라는 생각, 아파트 투기로 자신이 얻은 막대한 비생산적 불로소득의 규모만큼이나 자식 세대를 포함한 집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지거나 집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생각,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러한 생각이 바로 부자가 되고픈 그들의 인지상정을 인정하면서도 공직에 있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공인 의식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대와 요구가 그들의 번지수와 무관한 것인 한, 그들은 그저 저잣거리의 시정잡배보다 나을 것이 없고, 한평생 일신의 영달을 위해 달려온 출세의 불나방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장관 후보자들은 최근 탈세를 인정하고 세금을 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나라는 장관 자리 정도나 줘야 알량한 몇 푼의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장관과 고위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눠먹는 나라란 말인가?

이 모든 탄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어쨌든 애초의 생각대로 이들 대부분을 총리로, 실장으로, 장관으로 임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장차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 법조계에서 그들의 권력과 부와 자리를 물려받을 그 아들과 딸들이 약간이라도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 자신들의 아버지들과는 달리 최소한의 공인 의식이라도 가지기를 바라는 허망한 기대와 씁쓸한 자조밖에 없는 듯하다. '선진화'라는 포장으로 '민주화'를 농락하고, '포퓰리즘'이라는 말로 민주주의를 검열하고, '친기업이 친서민'이라는 말로 시민을 압박하고, '종북좌파', '반대한민국 세력', '편가르기 집단', '아마추어', '주변부 별종' 등과 같은 말로 반대파를 포위한 우익 지배집단의 담론 질서에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야권의 무기력에 그러한 자조는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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