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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해제 대비해 일대일로 거점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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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북 제재 해제 대비해 일대일로 거점 확보해야"

[토론회] 남북중 경제협력은 모두에게 이익

북미 간 대화가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구상이 주춤하는 듯 보이고 있지만, 학계·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향후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전제로 남북중 3자 혹은 남북중러 4자 간 경제협력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평화전략포럼' 토론회 2부 발제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과 북한의 경제 개방 구상,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연계를 통한 '한반도-중국 경제회랑'론에 대해 제안했다.

원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이미 2015년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특히 최근 한국 신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신북방정책'이 적극 추진됨에 따라 (…) 한중 간 일대일로와 신북방·신남방정책을 연계하기로 했으며, 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동북3성 지역과 관련된 거점별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남북철도(주로 경의선)를 연결해 중국과의 연계 소통을 전제로 하는 바, 남북중 경협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를 타고 남북 간 접경지역 개발 논의는 물론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단둥(丹東)과 훈춘(琿春)지역의 거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원 교수는 다만 남북중 경협은 "대북제재라는 객관적 환경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우선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는 한중 협력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동반진출을 통한 협력 경험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북방 경제협력의 핵심 거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와 맞닿은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경협 거점을 확보하는 사업이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압록강 유역의 단둥-선양(瀋陽)을 잇는 랴오닝(遼寧)연해벨트, 두만강 유역의 훈춘-창춘(長春) '창지투 벨트'가 적합하다"고 부연했다.

거점 확보라는 1단계에 이어 그는 2단계로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시점에 와서는 남북 접경지역(개성, 금강산)의 협력개발과 연동해 단둥-신의주(황금평·위화도), 훈춘-나선 초국경 협력개발로 확대해 남북중 3각협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전개될 '통일경제특구'는 물론,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사업에 중국의 참여를 유도해 남북경협을 남북중 경협으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경제회랑 구축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2단계에서는 남북중 3각협력을 통한 위탁가공 사업, 남북중 농수축산업 협력, 북중 접경지역 통합물류망 사업, 남북중 경제특구 공동개발 사업 등이 추진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원 교수의 3단계 구상은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시점에서 남북 접경지역과 북중 접경지역의 종축 벨트를 잇는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구축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일대일로의 정합적 연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는 이 단계에서는 남북중러 4개국의 개발계획이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GTI 등이 주요한 협력기제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경제회랑 구축을 위한 재정확보 차원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적극적 활용과 함께 미국·일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개발(금융)기구 발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원 교수는 남북중 3자 경협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점을 짚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도 남북중 경협 필요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경색 및 협력 단절과 달리 중국의 대북 관여에 따른 북중경협이 확대되는 2009년부터 다시 남북중 3각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를 통한 남북경협 위축과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차례 방중을 통한 북중경협 활성화가 본격화되는 통중봉남(通中封南)의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남북중 3각협력의 필요성이 새로이 주목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도 한국의 대북 교통·통신 투자와 신의주 중심 남북중 협력사업 추진 제안에 담겼다는 점도 짚었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그는 "중국은 남북중 3각협력의 본질을 지역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최근 고속성장을 끝내고 새로운 자본 투자처를 찾고 있으며 특히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경우, 6대 경제회랑의 경제적 총합이 한반도로 이어지는 '동북아 경제회랑' 하나에도 이르지 못하다는 점에서, 남북중 3각협력과 '한반도-중국 경제회랑' 구축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중국이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은 북한의 '전면적 경제강국' 건설 방침과도 서로 연계될 수 있다"며 "북한의 개방전략은 '4점2선'으로 요약되는데, 남선(南線)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두 개의 중점으로 한국을 향해 있으며, 북선(北線)은 나선경제특구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특구 두 개의 중점으로 중국, 러시아를 향해 있다. 이런 북한의 개방전략 배치는 현재 남선과 북선이 각기 독립적으로 분리 추진되고 있지만, 만일 한반도-중국 경제회랑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지역에서 벗어나 동북아 지역협력에 참여하여 북중, 북러, 남북 나아가 동북아 차원의 교류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다만 토론회 참석자들은 원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담긴 의미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현실적 제약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부 토론자로 나선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남북중 경협) 연계 방안의 가치를 한층 더 제고시키려면 그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보충해야 할 것"이라며 "북미 갈등(핵 규제, 대북제제)과 중미갈등(무역, 군사), 남북한 갈등(정치 군사대립) 등으로 긴장 강화 완화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영구평화체제라는 평화조건의 구축이 (경협의)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연계 방안의 사실상 요점은 결국 북미·미중 갈등의 해소 여하에 달려 있다"며 "연계 방안은 결국 '그 후'의 밑그림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경제지도 구상은 한반도 주변의 영구 평화 조건부터 성립해야 비로소 안정적 추진 자격이 구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 교수는 "선제타격, '책상 위 핵단추' 운운의 일촉즉발 북미 간 군사긴장이 불과 얼마 전이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중일 간 군사적 긴장은 북핵과 관계없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짚으며 "정치군사적 조건의 고려, 즉 북미·남북간 회담의 귀추가 어떨지를 알 수 없다면 경제적 접근 혹은 물류교통망 중심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가치는 당연히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략물자관리원의 이령경 선임연구원은 토론회 1부 발제문에서 "현재 남북 간 본격적인 경협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막혀 있다"며 "다만 민간단체에 의한 결핵 퇴치와 같이 명백한 인도적 사업이나,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 같은 문화 사업은 진행 중"이라고 남북 협력사업의 현주소를 짚었다.

이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유엔) 대북제재위에서 계속적으로 제재의 대상이나 의도가 아니라고 밝힌 인도적 차원의 교류와 위원회의 승인을 득한 사업"만이 진행 가능하다며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된 북한의 철도·도로 등 북한 영토 내의 인프라 사업, 경제특구 공동조성 사업은 유엔 결의에 의해 금지된 물품의 반입과 금지된 금융 활동 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 역시 2016년 폐쇄 이후 방치·유실된 설비들의 개보수, 임금의 현금 지원 등 유엔 제재 대상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때문에 현재 우리 정부의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자 외교 전략과 미국과의 외교 강화 노력은 판문점 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산업별 제재 중 가장 최근에 부과된 경제 제재에 대해서 먼저 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부 발제자인 원동우 교수의 발표가 한반도의 앞에 펼쳐진 천리길과 같은 방대한 구상이라면, 이 연구원의 발제는 현실적으로 나가야 할 '첫 걸음'에 집중된 셈이다.

이 연구원은 "북한과의 수출과 수입을 HS(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2자리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기계류, 전자장비 등에 대한 수출입 통제가 남북 경협산업에 대해 예외로 승인되도록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며 안보리의 최신 대북 제재인 2397호(2017년)를 지목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수입을 금지한 사항 중 기계·전자장비는 관련 HS에 전부 규정, 거의 모든 기계가 금지 대상으로 규정돼 있고, 북한으로 수출을 금지한 품목에도 동일하게 산업기계류가 지정됐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추진하는 대북 사업이 이같은 내용의 안보리 2397호 결의안에 대한 예외로 인정받도록 하는 노력이 첫 단계이며,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독자제재에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국의 독자제재 완화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아시아평화전략포럼' 창립 기념으로 기획됐으며, 포럼과 한국안보통상학회가 공동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포럼 공동대표)와 같은 당 인재근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후원으로 열렸다. 토론 좌장은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맡았고, 박언경 경희대 교수, 최형익 한신대 교수, 시인 노혜경 씨,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 함께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쓴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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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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